중국의 경제 둔화 속에 청년 취업길이 막히자 복권 구매가 늘고 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3일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의 복지·체육 복권 판매액은 3천757억위안(약 70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6% 급증했다.
올해 중국 복권 판매량은 1월 332억위안→2월 418억위안→3월 308억위안→4월 503억위안→5월 500억위안→6월 487억위안→7월 489억위안→8월 529억위안으로 꾸준히 작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8월 한 달만 따지면 지난해보다 53.6%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 재정부는 중요 경기 등 행사가 늘고 신규 즉석 복권이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지만, 연합조보는 "이런 현상의 배후는 경제적인 분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경제난과 공식 통계로도 20%를 넘긴 취업난 속에서 젊은이들의 복권 구매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연령별 복권 구매자 통계는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중국 매체들은 복권 판매점 업주들이 입을 모아 "청년의 얼굴을 볼 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한화 300억원대 복권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해시태그가 4억회 가까이 조회됐고, 그 돈을 어떻게 쓸지 의견을 낸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샤오홍수나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다른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복권을 "생명을 구하는 지푸라기"로 보는 청년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연합조보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복권 판매점들도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지금껏 중국 복권 가게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누렇고 어두침침한 조명에 중년·노년층이 가는 곳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판매점 안팎의 분위기를 바꾸고 이목을 끌 재미있는 문구를 내거는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추는 업주들이 늘었다. 점포를 내는 장소도 쇼핑몰이나 지하철역 등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바뀌는 중이다.
연합조보는 "집을 살까 차를 살까 고민하다 복권을 사고, 출근길·등굣길에 복권을 산다"는 중국 청년들의 농담을 인용한 뒤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소비가 위축된 젊은이들이 직면한 현실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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