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임대인 부부가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을 10여 곳 넘게 운영하며 전국에 수십 채의 건물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화성에 위치한 건물만 40여 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법인이 제주도 등 타지역에도 지점을 두고 있어 추후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사건 임대인인 정모 씨가 대표로 이름을 올린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등 관련 법인은 18곳이 확인됐다. 해당 법인들의 등기부등본에 나온 소재지를 보면 수원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화성 6곳, 용인 4곳, 양평 1곳 등이었다. 법인 중 다수는 그의 아내 김씨가 사내이사로 있었다.
이들 가족 구성원들이 부동산 임대업에 종사하며 임대 규모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으로 전세 보증금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임차인들 가운데서는 정씨의 아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진술도 나와,
아내 김씨나 그의 아들 등 또 다른 가족으로 대표명을 달리한 법인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다른 건물에서도 피해가 나올 수 있다.
이들 법인 설립 일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로 상당수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무자본 갭투자에 나섰던 임대인들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씨 가족도 이 같은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정씨 소유 법인의 건물들에 대한 임대차 계약은 대부분 전세로 이뤄져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전세금 지급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정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 일부는 근래 열악한 재정 상태에 놓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씨는 최근 피해 임차인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입장문을 올리고 "작년 말부터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전세가 하락으로 버티기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재임대까지 어려워지며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정씨 부부 법인 명의로 된 건물 중 수원과 화성에 위치한 빌라와 오피스텔만 40여채에 달하며, 양평, 평택, 제주 등지에도 이들 소유 건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정씨 부부와 그의 아들을 사기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이날 오후 기준 53명으로부터 접수됐다. 고소장에 명시된 피해 액수는 70여억원에 이른다.
고소인들은 정씨 부부와 대부분 1억원 대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이들이 잠적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소인 진술을 청취하며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정씨 부부가 보유한 부동산 및 임대업 현황, 임차인들을 일부러 속이려 한 '기망의 고의'를 갖고 범행했는지 고소인들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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