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이른 세리머니를 하는 틈을 타 다리를 쭉 뻗어 금메달을 목에 건 대만 롤러스케이트 선수가 이번엔 자신이 같은 실수를 벌여 우승을 놓쳤다.
14일 대한롤러스포츠연맹과 금일신문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전날 대만 타이난에서 열린 전국체전 롤러스케이트 남자 1,000m 경기에서 황위린이 세리머니를 펼치다 뒤따르던 선수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1위(1분27초202)와 2위(1분27초172)의 격차는 불과 0.03초에 불과했다.
역전패를 당한 황위린은 앞서 지난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국가대표팀이 펼친 대역전극의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 경기에서 전 종목을 통틀어 대회의 '하이라이트' 장면 10선에 꼽힐 만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당시 경기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승리를 예감하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세리머니를 펼치자 뒤따르던 황위린은 끝까지 전력 질주해 결승선에 왼발을 쭉 밀어 넣었다.
결과는 대만의 0.01초 차 승리였다.
짜릿한 역전승을 일군 대만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정철원, 그리고 그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동료 최인호(논산시청)가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은 승부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날 한국이 금메달을 따냈다면 둘은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긴 황위린은 경기 뒤 "상대가 축하하고 있는 걸 봤다. 난 그들이 축하하는 동안 여전히 내가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멋들어진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보름도 안 돼 '끝까지 싸운' 상대에게 역전패당하고 말았다.
두 대회 결승선 통과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배역'만 달라졌을 뿐 선수들의 '포즈'는 거의 판박이 수준이다.
대만 스포츠 팬들은 두 사진을 이어 붙인 '짤방'을 만들어 돌려보고 있다.
대만 전국체전에서 황위린에게 역전승한 선수는 자오쯔정으로, 항저우에서 함께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선수다.
한편 항저우에서 눈물 젖은 은메달을 목에 건 정철원과 최인호, 그리고 최광호(대구시청)는 전남 일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도전을 이어간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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