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출범후 첫 위기...메리츠, 돈 잘버는 이유? [이슈N전략]

조연 기자

입력 2023-10-17 08:28   수정 2023-10-17 08:31

    <앵커>
    국정감사가 2주째를 맞이했습니다. 오늘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인데요.
    조 기자, 오늘 투자자들이 금감원 국감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뭡니까?

    <기자>
    앞서 지난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금융권 국정감사가 시작됐죠. 금융위보다 오늘 금감원 국감에서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들이 다뤄질 전망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화전기 주식 매도 논란이 일었던 메리츠증권을 집중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 메리츠화재와 함께 메리츠금융지주로 통합됐죠. 단숨에 우리금융을 제치고 은행 없이도 금융지주 시총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후에도 실적과 통 큰 주주환원책으로 주가가 줄곧 오름세를 타 시총이 통합 당시보다 2조 5천억원 가량 늘어나 5개월만에 12조원에 근접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지난달말 고점 대비 조금 떨어졌죠. 통합 이후 최대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지 관건입니다.

    <앵커>
    이화전기면 2차전지 테마주로 묶여 급등하다가 거래정지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이트론, 이 세 상장사가 지난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됐죠.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인데요. 당시 거래정지 과정에서 거래소가 거래재개 조치를 내렸다가 6시간만에 재정지 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많은 개인투자자 피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이 당시 거래정지를 앞두고 4거래일에 걸쳐 보유 중이던 이화전기 주식 약 5848만주(32.22%)를 장내 매도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공교롭게도 거래정지 바로 직전에 전량 매도한 것이죠. 당초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의 신주인수권부사채, BW를 보유중이었는데, 거래 정지 이전 이를 행사해 보유 지분 전부를 팔고 엑시트한 셈입니다. 장내 매도로 현금화한 규모가 237억원, 이 중 87억원이 수익입니다.

    메리츠증권 측은 우연히 시기가 맞았을 뿐이란 입장인데요. "적법한 절차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 국감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사실 이번 금융당국 국감에 CEO가 증인으로 소환된 금융사가 몇 곳 없거든요. 금융지주사는 전무하고 증권에서도 메리츠와 하이투자증권 정도입니다. 최 부회장의 발언에 시장과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데,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이화전기 한 건에서 끝날지 입니다.

    <앵커>
    매도 시점이 참 절묘하네요.
    거래정지 가능성을 사전 인지했는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금감원이 들여다 보지 않았습니까. 검사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국감을 앞두고 금감원이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한 사모CB 기획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화전기 매도와 관련해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몇몇 불법 행위들이 밝혀졌는데요.

    IB본부의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개인 투자에 나서서 수십억원의 사익을 챙긴 사실, 그리고 사모CB 발행 과정에서 최대주주에 지배력을 확대하도록 편익을 제공한 정황 등이 나타났는데요.

    메리츠증권 측은 "관련 직원들은 이미 퇴사한 상황"이라며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이라 선을 긋고 있습니다만, 금감원은 조만간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앵커>
    앞서 이야기한 더 큰 문제는 뭡니까? 이화전기 말고도 뭐가 있나요?

    <기자>
    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사모 메자닌 시장의 강자로 꼽힙니다. 지난해 증권사 영업이익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메자닌 투자였는데요. 문제는 이화전기 같은 부실기업에 대해 공격적으로 진행했는데, 상당수의 기업이 횡령이나 주가조작 혐의, 부실 등으로 거래 정지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투자한 CB와 BW 가운데 거래 정지된 기업은 무려 18개사에 달하고, 이 기업들에 공급한 금액은 8천억원에 육박합니다. 놀라운 것은 메리츠증권은 거의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메리츠증권은 부실기업에 부동산과 채권 등을 담보로 요구해 원금을 보장받고, 또 원금의 70~80%에 달하는 비중의 콜옵션을 부여받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비중이죠.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얻고,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담보권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하고, 여기에 중개수수료까지 챙긴 겁니다. 자칫 보면 부실기업의 CB·BW 투자를 통한 자금을 조달해주면서 메리츠는 원금 보장을 약속 받고, 결과적으론 부실기업 대주주들만 배불리는 역할을 했다 이런 비난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이 과정에서 이화전기처럼 소액주주들은 손실 피해를 떠안기도 했고요.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이 제기됩니다. 금감원 이복현 원장이 이번 메리츠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에 대해 어떤 발언에 나설지, 또 새로운 사실이 나올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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