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청년 내일채움공제에 대한 니즈가 여전히 많습니다. 심지어 왜 갑자기 축소되는지 영문도 몰라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도 많죠."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의 목소리입니다.
내일채움공제 제도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만 15세~만34세 이하)들에게 종잣돈을 마련해줘 중소기업에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도입했습니다.
이 사업은 청년과 기업, 정부가 공동으로 일정 금액을 모아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는 방식으로 설계됐는데요.
도입 당시엔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3년 평균 매출액 3천억원 미만인 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회사가 300만원, 정부가 600만원을 지원해 만기 때 청년에게 모두 1,200만원이 지급됐습니다.
● 중소기업 취업하면 '목돈 마련' 혜택 사라진다
이 제도는 청년들은 목돈 마련 혜택이 크다는 이유로, 중소기업들에게도 청년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장에서 꽤 인기가 좋았는데요.
하지만 정부는 '가입자 수' 급감을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내년도 본예산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예산은 올해 예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깎였는데, 그나마 살아 남은 예산마저도 이미 가입한 청년들을 위한 것으로 신규 지원을 위한 예산은 '제로'입니다.
실제 가입자 수가 크게 줄긴 했습니다.
2018년 11만명에 육박하던 가입자 수는 지난해엔 7만여명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올해 들어선 7월까지 누적 가입자 수(2,493명)가 1년 전과 비교해 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가입자 수가 줄었다고 혜택이 많은 사업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사업 규모가 줄고 기업과 청년의 적립 부담이 늘면서 가입자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년형에 더해 3년 동안 600만원을 적립해 3천만원을 수령하는 '3년형'도 신설됐지만 2021년부터 폐지됐고요.
올해부터는 사업지원 대상도 소규모 제조업·건설업종에 신규 취업한 청년과 기업으로 제한됐고, 정부 몫의 부담이 200만원 줄면서 기업과 청년의 적립금액도 각각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100만원씩 늘었습니다.
특히 청년내일채움공제는 IT·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호응도가 좋았는데요. 예산 문제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정부 부담액을 줄이지만 않았어도 가입자 수가 이렇게까지 감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현장 수요 많은데"…중소기업 재직자 사업도 '외면'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과 대상(재직자)만 다른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업이 1,200만원, 정부가 1,080만원, 중소기업에 재직 한지 6개월이 넘은 청년이 720만원씩 적립하면 재직 청년은 5년간 총 3천만원을 모을 수 있었는데요.
이 사업도 청년내일채움공제처럼, 올해 도입된 후속 사업(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플러스)에서 가입 대상과 적립금 규모 등이 축소됐습니다.
가입 대상은 전체 중소·중견기업에서 50인 미만 제조·건설업으로 한정됐고, 가입 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요.
기업납입금이 1,2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적립 규모도 3천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제도 개편 이전엔 가입자 목표 대비 달성률이 매년 100%를 넘어섰지만, 가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8월까지 목표 달성률은 23%에 그치고 있습니다.
가입자 수가 줄면서 내년 관련 예산도 60억원 가까이 삭감돼 고용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데요.
이 정책도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심지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주한 '내일채움공제 성과분석 및 발전방향 수립 연구' 최종보고서에선 3년형 이외에 5년형, 7년형 등으로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고 만기금에 대한 세제혜택까지 주는 방향으로 내일채움공제 플러스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명시돼 더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 갈아타면 407만원 더 받지만….
그렇다고 사회초년생,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사업이 아예 자취를 감추는 건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 6월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겠다며 청년도약계좌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70만원씩 5년간 자유 적립식으로 납입하면 최대 5천만원을 모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개인소득 수준과 본인의 납입 금액에 따라 정부 기여금이 월 최대 2만4천원 지원되고,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줍니다.
하지만 새로 나온 청년도약계좌는 월 70만원, 5년 납입이라는 조건 때문에 청년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출시 후 지난 8월까지 두달간 가입자 수는 40만명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정부 목표 인원인 306만명의 13.7% 수준입니다.
월별 가입 신청자 수도 6월 76만1천명으로 선방하는 듯 했으나, 7월 44만명, 8월 15만8천명으로 두달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이렇듯 청년도약계좌가 찬밥 신세가 된 건 고금리, 고물가 시대 쓸 돈도 빠듯한 청년들이 기존 내일채움공제와 달리 5년이라는 긴 납입 기간동안 월 70만원씩을 내기 버거운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연봉 7,500만원 이하 및 금융 소득세 미신고, 가구소득 중위 소득 180% 이하 요건에 모두 해당해야 신청할 수 있어 절차와 가입 요건 문턱이 꽤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고요.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내년 2월로 만기가 다가온 청년희망적금을 청년도약계좌와 연계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청년희망적금의 환급금 전액을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지난해 2월 한시적으로 도입된 희망적금은 월 50만 원 한도 내에서 2년 동안 만기를 채우면 납입액의 3%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적금 상품입니다.
비과세 상품으로 가입자 200만명의 1인당 최대 만기 수령액은 1,300만원 가량인데, 이를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할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내년 2월 만기를 앞두고 신규 금융 상품 가입을 고려해야 하는 청년층에 더 큰 목돈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지요.
실제 희망적금 만기 환급금을 도약계좌에 납입하면 일반 저축 상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희망적금 만기 환급금 1,260만원을 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환급금을 청년도약계좌에 한꺼번에 일시 납입한다면 18개월간 70만원 한도로 월별납입(70만원×18개월)한 것으로 간주해주는데요.
즉 월별납입금을 18개월치 선납했기에 19개월째 되는 달부터 다시 42개월간 매달 70만원씩 납입해 청년도약계좌 의무 가입기간 총 5년을 채우게 됩니다.
이렇게 5년간 모으면 이자 263만원, 지원금 144만원 등을 포함해 4,940만원을 타게 되는데요.
만약 환급금을 연 금리 3.4%의 일반저축에 일시납입하면 이자 333만원까지 4,533만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약계좌에 납입하는 것이 일반 저축보다 407만원을 더 모을 수 있게 됩니다.
● "중소기업 인력난 어쩌나" …청년 자산형성 정책 다시 살펴보자~
정부가 이렇듯 '갈아타기'라는 고육지책까지 내왔지만 청년도약계좌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일단 기존의 청년내일채움공제나 희망적금과 같이 2~3년이 아닌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목돈이 묶이고 매월 70만원이나 내야 한다는 요건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2년간 400만원, 즉 매월 16만원을 내고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내일채움공제, 2년간 50만원을 납부해 비교적 부담이 적고, 연 10%대 금리까지 제공하는 기존 청년희망적금의 혜택에 만족한 청년들이 선뜻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타지는 않을 듯 보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겐, 적은 연봉으로도 부담되지 않는 수준의 정부 적금이 큰 힘이 됐다는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렇잖아도 대기업과의 급여 격차 낮은 처우, 지역적 한계 등으로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하루빨리 청년 자산형성 정책 개편하거나 원점에서 재설계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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