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금리와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이다. 9월 22일(연 3.900∼6.490%)과 비교해 하단이 0.340%포인트(p)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620∼6.620%)도 한 달 만에 상·하단이 모두 0.060%p씩 올랐다.
같은 기간 두 금리가 주로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각 0.270%p(4.471→4.741%), 0.060%p(4.048→4.108%) 상승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은행채 등 시장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고,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면서 상승세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50∼7.14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280%p, 0.044%p 높아졌다.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석 달 만에 0.160%p(신규취급액 기준 3.660→3.820%) 오르면서다.
결국 최근 시장금리가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모두를 밀어 올리면서, 하단의 3%대 금리는 사라지고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6%대 후반으로 7%대에 바싹 다가선 셈이다.
더구나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폭이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상승 폭보다 큰 것은, 주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스스로 가산금리를 늘리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금리 수준을 더 높였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금리(3.50%)조차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대부분 최근 4%대를 회복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현재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최고 우대금리가 4.00%를 넘는 것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4.35%),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4.30%), DGB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4.25%), Sh수협은행 '헤이 정기예금'(4.15%),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4.13%), 제주은행 'J정기예금'(4.10%),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4.0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4.05%) 등 20개에 이른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금리 오름세가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도 잠재적 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가파른 금리 상승과 추가 인상 전망과 상관없이,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7.143%인 A 은행의 시계열을 보면, 현재 금리는 지난해 12월(7.603%)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대출 창구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천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3천294억원)보다 3조4천27억원이나 더 늘었다. 이달 들어 약 20일 만의 증가 규모가 이미 2021년 10월(+3조4천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6천814억원(517조8천588억원→520조5천402억원) 불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8천871억원 반등했다. 만약 이 추세대로 10월 전체 신용대출이 9월보다 늘어날 경우, 2021년 11월(+3천59억원) 이후 1년 11개월만에 첫 증가 기록이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가계부채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된 것이 많아 결국 부동산 가격 문제와 같다"며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차입)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이자)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산 뒤 금방 팔아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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