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자, 미국의 채권 수익률은 급등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런던증권거래소에서 5%를 돌파했고요. 미국의 채권 금리 상승으로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모기지 금리도 급등하고 있는데, 무려 23년 만에 8%를 돌파했습니다. 관련해서 오늘 미국 주택 시장이 직면한 위험 요소들을 분석해보고자 하는데요.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용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주거용과 상업용인데요. 상업용에서 주를 이루는 건 오피스와 쇼핑몰 등입니다. 두달 전이었죠. 글로벌 공유 오피스 1위였던 위워크가 8월 말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간 것 기억나실 겁니다. 그 또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여파 때문이었는데요. 오늘 월가 인사이드에서는, 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위기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모기지 금리 상승과 함께 주말사이 외신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관련 헤드라인들이 많이 올라왔는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준도 재무적 안정성 관련해서 가장 큰 우려 사항이 상업용 부동산이라고 밝혔는데요. 계속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상업용 부동산이 위축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2022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금리 급등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회복되며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임대시장은 빠르게 위축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수년간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이 오피스 임대시장 수요를 주도했으나 최근 경기침체로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고 임대 계약을 취소하면서 오피스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부실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빌딩 소유주들이 대출 금리 상승과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공실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이 결국 디폴트에 빠질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감은, 미국 은행들의 이번 실적 발표 때도 드러났는데요. 은행들은 전 분기에 이어 이번 3분기에도 상업용 부동산 부실 채권 때문에 거액의 대손 충당금과 감손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모간스탠리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여건이 악화하면서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대손에 대비해서, 1억3천4백만 달러, 우리돈으로는 1천818억원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오피스 관련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고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상환 기한을 90일 이상 넘긴 부실채권이 전분기에 42억7천만 달러에서, 3분기에는 약 50억 달러로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상업용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대형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소형 지역은행들은 위험 노출도가 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JP모간의 올해 초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형은행에 비해 소형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위험 노출액이 4.4배에 달했고요. 씨티그룹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가 지역은행 혹은 소형은행에 집중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기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 중소 은행들은 대거 참여했는데요. 중소 은행들은 2015년 이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약 7580억 달러 늘렸습니다. 이는 기간 전체 대출 증가액의 74% 수준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4분의 3이 자산 2500억 달러 미만의 중소 은행이었습니다.
대형은행의 경우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면서 리스크가 큰 상업용 부동산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투자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기존 변동 금리 대출자들의 부담이 높아졌고, 공실률도 커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한편 지난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야데니 리서치 대표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거라고 경고했는데요. 최근 몇 달 간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더욱 높였다면서, 이는 이미 공실과 높은 리파이낸싱 수요, 신용 위축에 시달리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근무가 확산했고, 고금리로 사무실 대출 연체 비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SVB 파산 이후 대출 시장이 위축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고요. 야데니 대표는, 이는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할 만한 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게 될 거라는 설명입니다. 국채금리가 5%에 근접하면서 리파이낸싱 수요가 있는 상업용 부동산 업자나 상업용 부동산 가치에 큰 재앙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주 MSCI 리얼 애셋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부실 자산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파산이나 은행 압류, 청산 등 부실화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규모가 올해 3분기 들어 797억 달러를 기록하며, 8백억 달러에 육박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던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수치입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사무실 임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오피스 자산을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커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부실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약 41%가 오피스 자산에 해당되는데요.
올해 3분기에 새로 부실화된 상업용 부동산 자산 규모도 56억달러나 됐습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전국의 사무실 평균 공실률도 3분기 들어 19.2%로 늘었습니다. 이는 역사상 최고치였던 1991년 공실률 19.3%와 불과 0.1%포인트 차이인데요.
한편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간접 대출을 포함한 미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위험 노출액이 예상보다 크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은 2조2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천조원이었는데, 이는 2015년 이후 7년 반 만에 두배로 증가한 겁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부동산 담보 채권 등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자산이나 간접 대출 등을 합치면 총노출액은 3조6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천8백조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은행 전체 예금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고요. 이중 코로나 팬데믹 전후 저금리로 빌린 부동산 대출과 약 9천억달러 규모의 유가 증권 만기가 내년 말에 돌아옵니다.
반면, 내년부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 거라는 낙관론도 존재합니다.
WSJ은 올해 9월 노동절 이후 사무실 복귀율이 팬데믹 발생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점은 사무실 건물주에게 희소식이라며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고 평가했고요.
일주일 전쯤, 현지시각으로 16일에, 마켓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모기지은행협회는 내년에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예상치인 440만건에서 19% 늘어날 걸로 내다봤는데요. 이는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내년에는 내려갈 거라는 전망인데, 모기지은행협회는 내년과 2025년 말에, 30년 모기지 금리가 각각 6.1%와 5.5%가 될 걸로 내다봤습니다. 연준의 긴축 정책과 신용 악화, 저축 감소로 인해 내년 상반기에 완만한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현재의 뜨거운 고용 시장이 식으면 실업률이 3.8%에서 내년 말에 5%로 오르고 인플레이션도 둔화하는 등 이런 요인들이 금리 인하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모기지 금리도 내려갈 걸로 예상했습니다.
국채금리 급등세 속에서 미국의 상업용부동산 위기설이 현실화가 될지, 계속해서 지켜봐야겠는데요.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였습니다.
강수민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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