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성실히 조사 임하겠다"...카카오 최대 위기

박해린 기자

입력 2023-10-23 13:44   수정 2023-10-23 14:48

    카카오, 창사 이후 최대 위기
    특사경, 김범수 조사 중
    <앵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가운데

    검찰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칼 끝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다뤄보겠습니다.

    박 기자, 오늘 아침 김 센터장이 금감원에 출석해 조사받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사경의 소환 조사 요구에 김범수 센터장은 약 1시간 반 전 금감원에 출석했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오전 10시경 금감원에 어두운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 센터장은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주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답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범수 /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2,400억원을 들여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단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하이브가 공개매수하겠다고 한 가격보다 SM 주식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어 방해했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창업자 김범수 센터장이 SM엔터 인수전 당시 시세조종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고,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감원은 또 시세조종 외에도 카카오가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계속해서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 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김 센터장에 대한 조사는 오늘 오후 늦은 시간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과거 배재현 대표도 여러 차례 특사경이 소환 조사를 요구한 만큼 김 센터장도 추후 수차례 다시 불려갈 가능성도 큽니다.

    카카오에게는 2006년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인 겁니다.

    <앵커>
    박 기자, 창업자인 김 센터장을 소환하면서 특사경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과도한 길 들이기 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법조계 의견은 어떤가요?

    <기자>
    이번 의혹의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만약 시세조종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대표이사 승인이 없었을 리가 없다,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따라서 가장 윗선을 수사하는 것 자체는 필요한 절차라고 보는데,

    과연 김범수 센터장이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입증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박 기자, 재판 결과 시세조종이 입증되면 카카오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카카오뱅크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양벌규정에 따라 시세조종 관련자의 행위를 법인까지 적용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처분해야하고,

    이 경우 대주주 지위는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카뱅은 물론 계열사 신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겁니다.

    이미 금융위는 5월 카카오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를 이유로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와 개인 대안신용평가 사업에 대한 허가 심사를 보류한 바 있고요.

    당장 배 대표 구속으로 투자 결정권자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카카오 숙원사업인 '비욘드 코리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검찰과 금감원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인수 과정에서의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난다면 SM 인수 자체엔 문제가 없는 겁니까?

    <기자>
    사실 카카오의 SM 인수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닙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말부터 카카오와 SM과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데요.

    카카오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가 독과점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만큼 이번 사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고,

    공정위 관계자도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별개의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공정위도 심사 과정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쉽게 승인을 내주진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심사도 길어지고 있는데요.

    원래 공정위의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지만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고, 자료 보완을 요청하면 이를 받는 기간은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정위의 심사 결과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공정위 심사까지 난항이 예상되는군요.

    구속된 배 대표는 이제 어떻게 됩니까?

    <기자>
    특사경은 이번주 배 대표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만약 1심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카카오가 항소심, 상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요.

    대법원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재판이 장기화된다면 결론이 당장 드러나진 않겠지만, 카카오를 둘러싼 리스크는 계속되겠죠.

    카카오, 오늘 또 신저가를 경신했고, 그룹사들의 주가도 줄곧 내리막인데요.

    SM 인수전을 거치며 과도하게 비싸게 샀다는 점에 사실상 가장 피해를 본건 카카오의 200만 개인 주주들인데,

    사법 리스크로 사업 차질을 빚어 결국 주주들에게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는 염려도 나옵니다.

    2006년 창업해 국민 메신저 신화를 일군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2010년 탄생한 카카오까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모습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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