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악화
우리금융그룹이 3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음에도 대손충당금 규모는 줄어들면서 ‘실적 착시’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2조4383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8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0.04% 줄었고, 전 분기보다는 43.86% 늘었다. 증권가 컨센서스(8569억원)를 소폭 상회했다.
예상 밖 호실적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대손충당금 규모를 감안하면 오히려 부진한 실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3분기 261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을 쌓았다. 2분기(5560억)와 비교하면 2950억원(53.1%) 감소했다.
금융회사들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채권 등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 순이익에서 제외한다. 대손충당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당기순이익은 늘어나는 구조다.
한 공인회계사는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을지는 회사 재량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충당금을 실적 조절에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금융그룹의 건전성 지표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그룹의 연체율은 2분기 0.29%에서 3분기 0.31%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총여신 중 회수가 불투명한 여신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같은 기간 0.40%에서 0.41%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져 충당금 규모가 늘어나지만, 우리금융은 예외적으로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충당금을 대폭 줄인 셈이다.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분기 말 3.662%에서 3분기 말 3.884%로 급등했다.
일각에선 '관피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2분기에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빅배스는 기업이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해 특정 시기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새 경영진이 취임하기 전 손실을 회계장부에 최대한 반영해 과거 실적을 떨어뜨리는 데 활용된다. 이후 실적이 오르면 신임 경영진의 성과가 더 돋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 실적은 조병규 행장 취임 직전인 지난 2분기에 바닥을 찍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한 625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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