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소득, G7과 '격차' 벌어진다

입력 2023-10-30 06:12   수정 2023-10-30 07:24


최근 수년간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다 성장 부진까지 겹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과 선진국 그룹인 주요 7개국(G7)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잠깐 이탈리아를 앞서면서 'G7 수준 경제력'의 꿈이 부풀었지만, 결국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이탈리아에 1천700달러 이상 다시 뒤처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의 경우 성장률은 이탈리아를 웃돌 가능성이 크지만, 원화 가치가 유로화보다 더 떨어져 소득 격차를 좁히거나 재역전할 수 있을지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30일 한국은행의 '금융·경제 스냅샷' 서비스에 따르면, 세계은행(WB) 최신 통계 기준으로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만5천990달러로 집계됐다.

세계은행은 각국 1인당 GNI 산출 과정에서 '아틀라스 산출법'에 따라 직전 3개년 평균 시장환율을 적용했다.

이탈리아는 3만7천700달러로 G7 가운데 가장 적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1천710달러 많았다.

앞서 2020년의 경우 한국(3만3천40달러)이 이탈리아(3만2천430달러)를 610달러 웃돌아 역대 처음 1인당 GNI가 G7 국가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이탈리아의 성장률이 -9%(실질GDP 기준·한국 -0.7%)까지 추락한 데 따른 일시적 역전이었다.

이후 2021년에는 다시 이탈리아에 1천20달러(이탈리아 3만6천130달러·한국 3만5천110달러) 뒤졌고, 작년에는 오히려 차이가 1천710달러로 벌어졌다.

◇ 유로화보다 원화 가치 더 떨어지고 성장률도 한국 1%p 낮아

지난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국민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은 환율과 성장률, 물가 등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천291.95원으로, 2021년 연평균(1천144.42원)과 비교해 달러 기준으로 12.89% 절하(가치 하락)됐다.

이탈리아가 사용하는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절하율이 10.97%(2021년 연평균 1.183달러/유로→2022년 연평균 1.053달러/유로)로 원화보다는 낮았다.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를 앞섰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7% 늘어 성장률이 우리나라(2.6%)보다 1%포인트(p) 이상 높았다.

명목 1인당 GNI에 반영되는 물가(GDP디플레이터)도 이탈리아에 유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봐도, 이탈리아(8.2%)가 한국(5.1%)을 상당 폭 웃돌았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다른 G7 국가들과의 소득 격차도 좁혀지기보다 더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G7 각 나라의 1인당 명목 GNI와 한국과의 차이는 ▲ 미국 7만6천370달러(한국 대비 +4만380달러) ▲ 독일 5만3천390달러(+1만7천400달러) ▲ 캐나다 5만2천960달러(+1만6천970달러) ▲ 영국 4만8천890달러(+1만2천900달러) ▲ 프랑스 4만5천860달러(+9천870달러) ▲ 일본 4만2천440달러(+6천450달러) ▲ 이탈리아 3만7천700달러(+1천710달러)다.

2021년에는 ▲ 미국 7만900달러(+3만5천790달러) ▲ 독일 5만1천660달러(+1만6천550달러) ▲ 캐나다 4만8천720달러(+1만3천610달러) ▲ 영국 4만4천790달러(+9천680달러) ▲ 프랑스 4만4천160달러(9천50달러) ▲ 일본 4만3천450달러(+8천340달러) ▲ 이탈리아 3만6천130달러(+1천20달러) 수준이었다.

1년 사이 격차 범위가 1천20∼3만5천790달러에서 1천710∼4만380달러로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국가별로 따로 봐도, 유일하게 일본(+8천340달러→+6천450달러)을 빼고는 6개 나라가 모두 한국과의 국민소득 차이를 벌렸다.

올해 한국이 다시 이탈리아를 추월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성장률에 달렸다. 환율과 물가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평균 달러/유로 환율은 1.061달러로, 작년 연평균(1.053달러)보다 0.78% 올랐다. 그만큼 유로화 가치가 달러 기준으로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경우 올해 약 1.57%(작년 연평균 1,291.95원→올해 평균 1,312.2원) 추가로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로 국민소득을 환산할 경우 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명목GDP를 늘릴 물가 요인도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적다. 올해 1·2·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의 경우 한국이 각 4.7%, 3.2%, 3.1%로 이탈리아(8.9%·7.4·5.6%)를 크게 밑돈다.

따라서 한국 경제 성장세가 환율·물가 변수를 상쇄할 만큼 이탈리아보다 월등히 강해야만 재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1·2·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실질GDP기준·전분기대비)은 각 0.3%, 0.6%, 0.6%로 집계됐다.

이탈리아의 경우 1분기 성장률(0.6%)이 한국의 두 배였지만, 2분기 0.4% 뒷걸음쳤다. 이탈리아 경제가 3분기 반등에 성공할지부터 지켜봐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0.8%로 낮췄고, 한국 정부는 아직 1.4%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대만에 20년 만에 추월당한 한국 국민소득이 올해 다시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제기관 통계는 아니지만, 일단 대만 통계청이 올해 상반기 공개한 지난해 대만 1인당 GNI는 3만3천565달러로, 한은이 발표한 한국 1인당 GNI(3만2천661달러)를 904달러 웃돌았다.

올해의 경우 평균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31.54대만달러로, 작년 연평균(29.80대만달러)보다 5.84% 높아졌다. 6% 가까이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으로, 절하 폭이 원화(1.57%)보다 크다.

하지만 성장률에서 대만이 우리나라를 다소 앞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8월 대만 통계당국인 주계총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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