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발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시장은 지표와 기업 실적을 따라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주요 3대 지수는 장중 상승 마감했지만 선물 시장은 파월 발언을 기다리며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31일 마감 기준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5% 오른 4,193.8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48% 상승한 1만 2,851.24를 기록했다. 장중 캐터필러로 인해 약세였던 다우지수도 완만한 상승을 그리며 종가 기준 0.38% 오른 3만 3,052.87에 마감했다.
● 숫자엔 실망, CEO 발언엔 안도…취약한 심리 드러난 AMD 주가
엔비디아와 함께 서버용 반도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던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는 시장 기대 수준의 매출과 약한 가이던스로 인해 장 마감 직후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리사 수 최고경영자가 4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한 낙관적 발언을 꺼낸 뒤 낙폭을 만회하는 등 취약한 시장 심리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리사 수 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GPU 매출은 4분기 4억 달러, 내년 2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어 신제품 MI300 매출과 관련해 회사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10억 달러매출이 가능하다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이 발언 전후로 AMD 주가(종가 기준 당일 2.41% 상승)는 마감 이후 주당 94달러선까지 밀린 뒤 오후 7시30분 현재 0.25% 소폭 하락을 기록 중입니다.
● 전기차 투자 축소에 유탄…캐터필러 6% 급락
개장 전 실적을 공개한 대형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낙폭을 만회하지 못한 채 이날 종가 기준 6.65% 급락한 주당 226.05달러로 마쳤습니다.
캐터필러는 3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12% 증가한 168억 천만 달러, 일회성요인을 뺀 조정 주당 순이익은 5.52달러로 각각 예상치인 165억 달러, 4.80달러를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주가의 실질적 가늠자 역할을 하는 수주잔고는 전분기 대비 26억 달러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실망을 안겼습니다. 미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으로 마진 압박을 받아온 전기차 투자를 줄인 여파입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견제와 비용 절감 을 이유로 포드 켄터키 공장 건설을 중단하는 등 건설장비 업체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지긋지긋 팬데믹…독감 백신이 구한 화이자
미 제약업체 화이자는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판매가 급감한 여파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우려하던 실적 악화에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환절기 독감 백신과 신약 등에 대한 기대로 이날 화이자 주가는 보합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화이자는 지난 분기 매출 132억 3천만 달러에 그쳤는데, 코로나 백신 매출 70% 급감, 팍스로비드 치료제 매출이 97% 급감한 여파로 23억 8천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제품만 56억 달러, 우리 돈으로 7조 5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상각 처리한 여파입니다.
다만 화이자는 미 계절성 독감 사망의 8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독감 백신과 기존 독감 백신에 코로나19 예방까지 결합한 신약 임상 2상을 안정적으로 통과하는 등 호흡기 백신에서 기대감을 남겼습니다.
지정학 위기 고조 속에 가격이 상승한 우라늄으로 인해 이를 생산하고 중개하는 업체 카메코 주가도 크게 뛰었습니다. 카메코는 이날 실적 공개 후 8.06% 오늘 주당 40.91달러 기록했습니다.
세계원자력협회가 지난 8월 집계한 기준 전세계 상위 우라늄 광산은 카자흐스탄, 나미비아, 호주 등에 집중돼 있는데, 단일 규모로 전체 생산량 14%를 차지한 캐나다 시거 레이크를 카메코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위축되었던 우라늄 파운드당 가격도 70달러선까지 오르는 등 틈새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입니다.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48% 오른 5억 7,500만 달러, 주당순익은 예상 22센트를 넘어선 32센트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 FOMC 금리 결정 임박…안심 어려운 지표들
이날 시장 전체적으로 미 주택지표 강세로 불안감을 노출하며 장초반 약세를 주도했습니다. 미국 주요 도시 평균 집값을 지수화한 S&P글로벌 케이스실러 코어로직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0.4%, 전년대비 2.6% 상승했습니다.
올해들어 7개월째 상승으로 뉴욕과 시카고는 올들어 5%, 디트로이트 4.8%, 아틀랜타, 보스턴, 로스엔젤레스 등이 3%대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표 발표 직후 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금리가 뛰면서 이날 4.6bp오른 5.085%까지 올랐다. 10년물 금리도 4.3bp 상승해 4.92%로 5%선에 재차 근접했습니다.
CME그룹 집계 페드워치 기준으로 11월 금리 전망은 동결 가능성이 99.6%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음달 13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도 동결 전망이 75.1%로 우위이지만, 25bp 인상 전망도 24.8%에 달합니다.
● "2년물 대규모 강세 베팅"…억만장자의 노림수는
한편 미 헤지펀드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를 이끌고 있는 억만장자 스탠 드러켄밀러는 이번 주 JP모건과 로빈후드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폴 튜더존스와 대담 중 "2년물 국채에 대규모 강세 베팅을 했다"며 포지션을 공개했습니다.
다만 그는 퍼싱 스퀘어 캐피탈의 빌 애크먼 회장은 너무 위험이 커졌다며 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공매도를 청산 것과 달리 정부 국채 발행 증가를 우려해 장기채에 대해서는 약세(금리 상승) 베팅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미 실업률이 4.5%(지난 9월 3.8%) 수준을 가정하고서 "상황이 어그러진다면 파월이 어떤 얘길할지 보자"며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이어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가 맞다면 2년물은 3%까지 떨어질 수 있고, 10년물과 30년물은 5%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미 재무부가 제로금리에 가까운 기간 장기채를 더 많이 발행하지 않은 것은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며 미 재정적자가 향후 국채 시장의 약세를 이끌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날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도 '평균회귀의 법칙'을 언급한 보고서를 통해 기금금리 하락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로젠버그는 "연방기금금리에는 주기가 있고, 긴축 후에 경기침체가 반드시 찾아온다"며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최대 150bp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월가에서 오래 활동한 투자자들은 이제 연준의 다다음 정책까지 짐작하고 포트폴리오를 고쳐나가는 분위기입니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 FOMC는 현지시간 1일 오후 2시, 한국시간 2일 오전 3시에 공개됩니다. 지난번과 달리 점도표 등은 공개되지 않는 회의로 발표 직후 이어질 제롬 파월 연준의 발언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