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유의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여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발효유 상승률은 18년여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분유와 아이스크림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가격 인하 효과로 라면과 과자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다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또 발효유 물가 상승률이 14.7%로 2005년 5월(14.7%) 이후 18년 5개월 만에 가장 높고 아이스크림은 15.2% 오르면서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분유도 10.6%로 오름폭이 대폭 확대됐다.
이처럼 우유 관련 제품의 물가 상승률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인 것은 지난달 우유 원유 가격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유업체들은 원유 가격 인상에 흰우유와 발효유 등의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우유 제품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가량 올렸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나100%우유 가격은 2천900원대로 상승했다.
또 매일유업이 우유 제품 가격을 4∼6% 올리고 발효유·치즈 제품은 6∼9% 상향 조정했으며 남양유업은 흰우유 제품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다만,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빵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5.5%로 둔화했다.
이는 식품 기업들이 원유 가격 인상에 앞서 지난 7월 빵 가격을 일제히 인하한 결과로 풀이된다.
SPC는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식빵류, 크림빵 등 30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고,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도 식빵과 바게트 등 제품 10종의 가격을 100∼200원 내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역시 7월부터 단팥빵, 크림빵 등 15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5.2% 인하했다.
이에 따라 빵의 물가 상승률은 6월 11.5%에서 7월 8.1%, 8월 5.9%, 9월 5.8%에 이어 지난달 5.5%로 둔화세를 보였다.
라면과 스낵과자는 가격 인하 효과에 물가 상승률이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달 라면 물가 상승률은 -1.5를 보여 2021년 6월(-0.1%)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라면 물가 상승률은 6월 13.4%에서 7월 10.0%, 8월 10.7%, 9월 7.5%로 둔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또 스낵과자의 물가 상승률도 6월 10.5%에서 7월 8.1%, 8월 7.7%, 9월 6.4%로 둔화세를 이어갔고 지난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파이의 물가 상승률도 지난 6월 11.1%에서 지난달 4.1%로 둔화했다.
앞서 정부와 소비자단체 압박에 농심이 7월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4.5%, 6.9% 각각 인하한 것을 비롯해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일제히 내렸고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도 스낵과자와 비스킷 등의 가격을 인하했다.
최근에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빙과업체들이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과도하게 제품 가격을 올렸다며 아이스크림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협의회는 "빙과업체들이 원재료 함량이나 가격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원유 때문이 아니라 각종 원자재, 포장재, 물류비, 인건비,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제반 경비가 모두 상승해 가격을 올린 것"이라며 "원유만을 이유로 들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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