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재료 비용 인상을 이유로 외식업체 등의 가격인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원가 상승분보다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조사들은 원재료 가격상승과 맞물려 출고가격을 올리고, 외식업체는 더 높은 가격의 메뉴판을 제시하면서 최종 소비단계에서 체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각각 3.1%, 0.1% 떨어졌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시중 판매가격을 뜻한다. 반면 식당에서 사 먹는 쇠고기 외식 물가는 2.2% 상승했다.
돼지고기 물가도 0.2% 하락했지만, 삼겹살 외식(2.8%)과 돼지갈비 외식(4.3%) 물가는 상승했다.
물가 당국이 올해 중순 업체들의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던 라면 물가는 1.5% 하락했지만, 라면 외식에서는 6.1%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주류 제품에서도 격차가 컸다.
10월 소주(0.4%)와 맥주(1.0%)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식당과 주점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 가격은 각각 4.7%, 4.5% 올랐다. 막걸리 물가도 0.4% 오르는 데 그쳤지만, 외식부문 막걸리값은 3.5% 뛰었다.
소주 출고가가 한 자릿수 인상되더라도, 식당의 소주 가격은 병당 4천~5천원에서 5천~6천원으로 20%대 오르는 구조 탓이다.
주류업계가 10~11월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한 만큼 외식업계 가격은 한 차례 더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 출고가를 7% 올리고, 맥주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한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달부터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린 바 있다.
일선 외식업계는 재료비뿐만 아니라 전기·수도·가스 요금, 인건비 상승까지 제반 비용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반적인 원가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판매가와 외식물가의 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게 물가 당국의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음식료 메뉴마다 원가 구성 비율이 다 다르다 보니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눈속임 인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그만큼 시민들의 체감물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식업 메뉴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료품 판매가격도 원재료 인상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3분기 생필품 조사 결과, 가격 상승이 가장 높은 5개 품목은 케첩(28.3%), 마요네즈(23.3%), 쌈장(19.5%), 아이스크림(18.6%), 어묵(18.2%) 순이었다.
특히 대두(수입), 밀가루, 천일염 등의 원재료 가격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상황에서 장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장류는 여러 외식 품목에 폭넓게 원가 부담을 가한다.
맥주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협의회는 최근 "오비맥주가 환율 불안과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지만, 원가 분석 결과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맥주의 원재료인 국내산 맥주맥 가격이 1kg 기준으로 2021년 평균 1천36.80원에서 지난해 평균 988.22원으로 4.7% 하락했고, 또 다른 원재료인 호프(홉)도 작년 가격이 2021년 단가 평균 대비 7.0% 하락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 측은 "국산 맥주의 원재료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같은 기간 맥아의 국제 시세는 48% 이상 급등했다"고 반박했지만, 협의회는 "무리한 가격인상"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런 구조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우유가 꼽힌다.
낙농진흥회가 낙농가의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지난달 1일부터 우유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8.8%) 올리자, 10월 우유 물가는 1년 전보다 14.3%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7%)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자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분유도 1년 전보다 10.6% 올랐다. 올해 2월(11.6%)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연유·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도 87원 오른 영향이다. 분윳값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지난 달 다시 10%대로 진입했다.
우유·분윳값 상승은 이를 원재료로 하는 빵·과자류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외식업체 등은 빵·과자에 사용되는 유제품 비중이 작고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곡물·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식품 물가 수준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윳값 상승은 향후 식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아이스크림값은 지난 달 15.2% 오르면서 전달(14.0%)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올해 들어 계속된 10% 이상 높은 상승세에 더해 우윳값 인상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빵값은 지난해 11.8%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10월 치즈값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이미 23.1%나 오른 상황이다. 10월까지 초콜릿·파이·두유값 상승률도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5.6%, 10.3%, 10.9%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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