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 가로림만 중간에 있는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에는 70가구만 거주해 식당이 따로 없다. 그런데 8일 오후 1시 40분께 마을회관에 바삭한 치킨 2마리가 놓였다. 육지인 지곡면 중왕리 포구에서 출발한 드론이 바다 위로 약 7㎞를 날아와 배송한 것이다.
101명이 사는 고파도 주민들은 섬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팔거나 생활용품을 사러 뭍에 나갈 때만 평소 먹고 싶었던 치킨·피자·짜장면·탕수육·족발 등을 맛볼 수 있다.
이날 두 달 만에 치킨을 먹는다는 이덕선(67)씨는 "언젠가 딸 집에 갔을 때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고파도 주민들이 많이 떠올랐다"며 "섬에서 편하게 치킨을 배달시켜 먹으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지난달 13일부터 드론 배송 서비스 상용화 실증에 나섰다. 고파도에서 스마트폰 앱 '서산 날러유'로 배달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을 주문하면 매주 화·수요일 중리포구에 있는 드론배송업체 직원이 물건을 구매해 오전 10·11시와 오후 1·2시에 드론에 실어 보내고 있다. 배송 시간은 수십년간 쌓인 풍향·풍속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정했다.
드론 운영비용을 국비 지원받아 배달수수료는 일반 배송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리포구를 이륙한 드론은 바다 위 30m 상공을 시속 약 36㎞ 속도로 날아 고파도에 도착하기까지 12분 정도 걸린다. 지금까지 배송은 총 16차례 이뤄졌다.
현재는 6개 날개를 가진 헥사콥터가 한 번에 4∼5㎏만 배송하지만, 내년에는 더 큰 드론을 도입해 배송 중량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드론배송업체의 표성은 연구원은 "20㎏까지 배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파도 부녀회장 유인순(61)씨는 "주민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을 만큼 음식을 배달해주고, 쌀도 한 가마니씩 갖다줬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주관 드론 실증도시 공모에 선정된 서산시는 고파도에 물건을 배송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해산물이나 건어물 등을 가져오는 서비스도 실증해 볼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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