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 주부터 656조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여야는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 예산과 연구개발(R&D) 예산 등 주요 쟁점 항목을 놓고 충돌하며 치열한 '예산 전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부별 심사와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일부터 소위원회를 가동한다고 12일 국회 관계자들이 전했다.
소위는 오는 17일까지 감액 심사, 20∼24일 증액 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후 30일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는 게 목표다.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은 다음 달 2일이다.
국회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법정 기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법정 기한을 3주나 넘겨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 오명을 썼다.
올해도 법정기한 준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 나온다.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상당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이튿날인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을 실행할 경우 정국 급랭과 함께 법정 기한 준수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예산 심사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분야별 감액 요구를 방어하며 민생 예산 보완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과 감사원, 대통령실 등에 대한 예산 심사에서 감액을 벼르는 민주당과 날카롭게 각을 세울 전망이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실, 법무부, 감사원 등 기관을 지목해 업무추진비와 업무경비를 깎겠다는 것은 손발을 묶어 그 기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난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해외 순방비도 국익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예산이라고 판단한다.
R&D 예산의 경우 인재 양성 관련 부분 등에 대해서는 일부 증액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기본적으로는 '나눠먹기'와 중복·방만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안대로 삭감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상공인 관련 예산, 저출생·고령화 해소를 위한 양육 환경 관련 예산, 농업직불금 등의 확대에 주력하겠으나 재정건전성 확보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안에 복지 분야 등 전반적으로 필요한 예산이 잘 포함돼있다고 보지만 R&D 예산은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다만 권력기관 예산을 깎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통령 비서실과 법무부, 감사원 등 권력기관 중심으로 증액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최소 5조원 규모로 '칼질'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검찰과 국정원, 경찰 등 14개 정부 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선 별도의 '특활비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정밀 심사를 한 뒤 사용 내역이 소명되지 않는 경우는 삭감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산에도 대폭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가 편성한 123억원을 다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70억원 정도는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과 지역화폐, 새만금 사업 예산은 반드시 증액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5대 미래 예산'으로 R&D 예산과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지구개발 예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대비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아동수당 등 보육 지원 예산,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등의 예산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5대 생활 예산'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사업, 청년 교통비 '3만원 패스' 사업.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소상공인 가스·전기요금 및 대출이자 지원,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사업 등을 정하고 증액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통화에서 "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잘못되고 불투명한 예산이 많은지 국민 앞에 공개될 것"이라며 "그런 부분엔 날카롭게 문제를 제기해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되, 미래와 민생에 필요한 예산은 꼭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