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직전월인 9월 수치 3.7%에서 0.5%포인트나 축소됐는데요. 9월 수치가 3.7%였으니까 이번 10월에는 물가가 3%대 초반으로 들어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장예상치였던 3.3%도 밑돌았습니다. 5개월째 3%대에 머물고 있는 모습인데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6월 9.1%를 기록하면서 40년 만에 고점을 경신했다가 올해 6월 들어서 3%까지 떨어졌고요. 다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8월에서 9월에는 3.7%로 반등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10월 수치 3.2%는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거고요.
전월 대비 수치도 살펴보겠습니다. 전월대비로는 보합 수준을 나타내면서 9월 상승폭인 0.4%과 시장예상치였던 0.1%를 모두 밑돌았습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까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둔화된 가장 큰 원인은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하락세 때문이었는데요. 휘발유 가격이 한달새 5% 떨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은 2.5%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하마스 분쟁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9월보다 10% 이상 빠졌습니다.
식품 가격은 10월 들어 0.3% 올랐는데요. 이는 0.2% 올랐던 9월보다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육류나 과일, 채소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품 가격 전체는 다소 오른 걸로 보이고요. 따라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부문이 서로 상쇄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월비 보합세를 나타낸 걸로 풀이됩니다.
CPI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3% 상승하면서 직전월인 9월 수치 0.6%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요. 전년 동월 대비로는 6.7% 올랐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주거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위한 열쇠라고 밝혔습니다. CPI 상승을 주도했던 또 다른 요인인 차량 비용도 확실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비 0.8%, 전년비 7.1% 하락했고요. 신차 가격도 전년비 0.1% 하락했습니다.
근원CPI도 살펴봐야겠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분야를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 올랐습니다. 전년비 상승률은 2021년 9월 이후, 즉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시장예상치였던 4.1%도 밑돌았습니다.
전월대비 수치도 확인해보겠습니다. 전월대비로는 0.2% 올랐는데요. 근원 CPI의 시장예상치는 전월비 0.3%, 상승이었기 때문에 시장예상치도 하회했습니다.
연준은 물가 동향을 지켜보면서 향후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번 10월 CPI가 금리인상 종료를 뒷받침할 만하다는 분석이 대체로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 사이 CME페드워치에서 투자자들의 전망이 바뀌었는데요. 올해 12월과 내년 1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베팅을 버린 모습입니다.
다음달인 12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전날 85.5%에서 오늘 100%로 뛰었고요. 12월 베이비스텝에 대한 전망이 완전히 사라진 모습입니다. 다음달 12일에서 13일에 FOMC는 예정되어 있고요. 새로운 점도표를 공개할 예정이죠. 그 직전에 11월 CPI도 발표될 예정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요. 물론 파월 의장은 지지난주 IMF 연설에서 시장의 성급한 내년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해 경고했지만, 시장은 간밤 발표된 CPI를 보며 금리인하 전망을 더 앞당기게 됐습니다. 내년 6월보다 더 앞당겨진 내년 5월에 연준의 첫번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에 베팅하기 시작했는데요.
내년 5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전망이 50%고요. 이보다 낮게 50bp인하할 가능성은 17%대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오늘 장 미증시는 강하게 상승 출발했고요. 연준의 긴축 종료 전망이 강화되면서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 모두 2%넘게 오르고 있고요. 다우지수도 1% 넘게 오르고 있습니다.
채권시장도 바로 움직임을 나타냈죠.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히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국채 금리는 급락했습니다. 내년말 기준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질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10년물 국채금리는 0.2%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면서 4.5% 선이 무너졌고요. 장중에 4.442%까지 떨어졌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0.2%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5% 선이 무너졌고요. 4.83%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10월 CPI 발표로 미국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연착륙이 보장된 건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연준도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이유가 사라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CPI에 대한 월가의 반응도 정리해보겠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찰스슈왑의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플린은 10월 CPI 수치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면서 연착륙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이클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고요.
CNBC에 따르면 카슨 그룹의 소누 바게스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이번 CPI 발표가 내년 상반기 잠재적 금리 인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했고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근원CPI가 예상보다 떨어졌고 이는 정확히 시장이 원하던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시장이 주목하던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정리해봤고요. 바로 이어서 내일은 생산자물가지수 PPI, 그리고 미국의 소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 지표 등도 공개될 예정이고요. 또 APEC 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오는 17일은 미 의회의 임시 예산안 마감시한인데요.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과까지 주목해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였습니다.
강수민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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