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추가로 공개됐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둔화하고, 소비 여력은 완만하게 감소하면서 주식과 위험자산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APEC에 앞서 캘리포니아 필롤리 가든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간 정상회담과 병원내 군사시설 공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양자회담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감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관계"라며 "인류의 진보에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현지시간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6% 오른 4,502.88로 지난 9월 14일 이후 두 달 만에 4,500선을 되찾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애플과 테슬라 강세에 힘입어 0.07% 오른 1만 4,103.84, 다우지수는 0.47% 상승한 3만 4,991.21로 거래를 마쳤다.
● 인플레 둔화 징후 늘었다…예상 밑돈 10월 생산자물가
이날 시장은 미 노동부에서 공개한 경제지표에 안도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10월 미국 생산자 물가는 전월대비 0.5% 하락해 예상치 0.1% 상승을 밑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보합으로 예상치 0.3%보다 낮았다.
기업들의 최종 생산원가를 반영한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가파른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상품 최종수요에서 에너지 가격이 전월대비 6.5% 빠졌고, 식품가격도 0.2% 하락해 전체 월별 변동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 경제의 2/3을 차지하는 소비도 냉각 징후가 나타났다. 인구통계국이 공개한 10월 소매판매는 7,050억 달러로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첫 감소다. 소매판매는 전년대비로도 2.5%에 그쳐 물가상승속도인 3%대를 밑돌았다.
항목별로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에서 1% 감소했고, 건축자재 구입도 0.3% 줄였다. 기름값 하락으로 주유소 매출은 전년대비 7.5% 급감했다.
이와 관련 전미소매업연맹 NRF는 지난주 홀리데이 시즌 매출 보고서를 통해 올해 11월과 12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매연맹은 해당 기간 매출액은 9,573억 달러에서 9,666억 달러로 전년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 9.1%, 2021년 12.7%, 지난해 5.4%에 비해 크게 둔화된 전망치다.
전미소매연맹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놀랄 일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품목에 걸쳐 지출이 늘겠지만 그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둔화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워치 집계 기준 다음달 연준의 금리 동결 확률은 100%까지 치솟았다. 향후 금리 전망에서도 대형투자은행들은 3월 금리인하 가능성 26%, 5월 가능성은 46.9%로 사실상 긴축 종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소매점은 험난한 하반기…비용 절감 집중한 타겟
미 유통업체인 타겟은 조직적인 약탈로 9개 매장을 폐쇄하고, 치약 등 일부 상품을 자물쇠로 걸어잠그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한 끝에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타겟의 3분기 주당순이익은 예상 1.48달러를 넘어선 2.10달러, 매출은 254억 달러로 선방했다. 이날 타겟 주가는 전날대비 17.7% 폭등한 130달러선에 거래를 마쳤다.
개별 종목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는 테슬라 모델Y 초기 금형 업체인 툴링&이큅먼트 인터내셔널(TEI)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GM은 캐딜락 고급 전기차인 셀리스틱EV 등 소량 생산에 해당 기술을 투입해 경쟁 우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금형을 바탕으로 테슬라가 시도한 일체형 차량 프레임 생산 방식인 '기가 프레스는' 이탈리아 IDRA가 독점 보유한 기술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신규 투자 소식이 알려진 북미 최대 위성라디오 업체인 시리우스XM이 이날 6.1% 급등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기관투자자 13F 공시를 통해 9월말 기준 지분 내역을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분기 기준 액티비전블리자드(12억달러 규모), 제너럴모터스(8억 4천만 달러), 셀라니즈(6억1천만 달러)와 존슨앤드존슨(5,400만 달러), 프록터&겜블(4,800만 달러)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과 쉐브론 지분도 각각 5%, 4%씩 줄였다.
반면 신규 투자한 종목은 리버티 미디어의 시리우스XM으로 970만 주, 약 4,380만 달러를 신규 투자했다. 시리우스XM은 차량용 위성라디오 등 유료구독자 3,400만 명을 확보하고 있고, 판도라를 통해 광고기반 스트리밍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이에 대해 배런스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고른 것이 아닌 테드 웰실러 매니저의 포트폴리오로 추정된다며 해당 종목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전했다.
● 스페이스X, 스타링크 분사설…일론 머스크는 "거짓" 반박
한편 이날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의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 분사설이 화제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스타링크가 완전 자회사로 분사한 뒤 내년 기업공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윗을 통해 'False(거짓)'이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상장에 대한 기대는 식지 않고 있다. 이미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일 트윗에서 "스타링크가 현금 흐름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면서 "모든 활동 위성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축한 바 있다.
지난주 억만장자 론 배런은 스페이스엑스가 2027년 스타링크를 상장하고 2030년 테슬라를 뛰어넘는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2020년 16억 달러 매출에서 지난해 46억 달러, 올해 90억 달러, 내년 150억 달러 규모를 달성할 전망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