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자궁이식 성공…불임 환자 '희망'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궁이식 수술이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MRKH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지난 1월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한 건이다. 17일 이식팀은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Asian Transplantation Week 2023)를 통해 해당 결과를 발표했다.

이식팀은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환자의 월경 주기가 규칙적이라 이식된 자궁이 정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밝혔다.

MRKH 증후군 환자는 선천적인 염색체 이상으로, 질이나 자궁이 결손된 상태다. 5,000명에 1명 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졌으며, MRKH 증후군이 있으면 아이를 가지기 어렵다. 보통은 청소년기에 생리를 시작하지 않아 우연히 발견하는 편이다.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어서 배란이 가능하며,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출산이 가능하다.

자궁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임신을 위해 지난 2021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에 이식팀은 보건복지부 검토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를 받아 임상연구 형태로 수술을 시도하게 됐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는데, 뜻 있는 후원자들이 기부로 힘을 더했다. 개인과 재단 기부자는 물론, 자궁이식팀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에게 제작 자문을 받았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진도 힘을 더했다.

첫 시도는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7월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환자에게 처음으로 이식했지만, 이식 자궁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2주 뒤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첫 이식 실패 약 6개월 뒤인 지난 1월,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이식을 시도했다.

이식팀은 "기증자 자궁과 연결된 작고 긴 혈관 하나하나 다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수술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며 "환자는 이식 후 29일만에 생애 최초로 월경을 경험했는데, 자궁이 환자 몸에 안착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첫 월경 이후 환자는 규칙적으로 주기를 유지하고 있고, 조직 검사에서 거부반응이 없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자의 최종 목표는 임신이다. 현재는 이식 수술 전 난소에서 미리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착상을 유도하고 있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첫 실패의 과정은 힘들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준 후원자들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과정 역시 희망이 계속되길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박재범·이교원 이식외과 교수, 박성해 이식외과 임상강사, 오수영·이유영·이동윤·김성은·노준호 산부인과 교수, 임소영 성형외과 교수, 김찬교 영상의학과 교수, 김민제 영상의학과 임상강사, 김현수 병리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정선우 변호사, 최주영 간호사 등 대규모 인원이 함께하고 있다.

한편, 자궁이식은 지난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된 바 있으며, 안착에는 실패했다. 이후 2014년 스웨덴에서 이식부터 출산까지 성공한 선례가 있으며 미국 베일러 대학병원 등에서 이식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자궁이식 성공 사례는 이번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약 109건에 이른다고 알려졌으며, 재 이식 시도는 세계적으로도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또 다른 환자의 자궁이식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자궁이식 성공 경험이 계속 쌓이면, MRKH 환자 등 자궁 요인에 의한 불임으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