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계절도 옛말..."아~ 배당이여" [이슈N전략]

김대연 기자

입력 2023-11-21 08:34   수정 2023-11-21 08:34

    <앵커>

    더불어민주당이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죠. 정부와 여당이 공매도 금지에 이어 주식 양도세 완화 카드까지 꺼내면서 맞불을 놓은 셈인데요.

    어제(20일)는 금융당국 수장들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여서 상생금융 방안도 논의했다고요.

    증권부 김대연 기자와 관련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횡재세 법안이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일명 '횡재세법'이 지난 14일 발의됐는데요.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자수익이 지난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면 해당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또한, 정부가 환수한 세금은 금융 취약 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 사업에 쓸 계획이라고 전했는데요.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질타하기도 했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날 국회에서 횡재세 도입과 관련,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공매도 금지와 주식 양도세 완화 방안을 추진하니까 민주당도 이에 맞서 횡재세법을 발의했다며, 자본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총선용 정책이다', '횡재세 도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등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주의 투심이 위축될 것 같습니다. 주가는 어떤가요?

    <기자>

    네, 연말이면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는 강세를 보이는데요. 올해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라는 증시 격언이 맞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달 들어 KRX 300 금융지수는 +5.94% 상승했는데요. KRX 300 금융지수는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에 우량기업으로 선정된 KRX 300 지수 중 금융 업종만을 추려낸 겁니다. 같은 기간 KRX 300 지수가 +9.58%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한 성적입니다.

    개별 종목을 살펴봐도 은행주들이 한 템포 쉬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달 4~6%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 같지만, 사실상 코스피 상승률(+9.36%)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수치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4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 성적표가 더 안 좋은데요. 그 중에서도 우리금융지주의 상승률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전날 주가는 KB금융(-1.28%)과 우리금융지주(-0.16%)가 약보합세로, 신한지주(+0.55%)가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앵커>

    국내 은행주들의 상승률만 보면 주가 흐름이 좋아 보이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니 하락폭이 두드러지네요. 만약, 횡재세 법안이 시행되면 은행들이 얼마를 내야 하는 겁니까?

    <기자>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 은행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이 1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미 전날 금융당국과 금융지주사들이 모여서 올해 안에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를 봤죠.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민주당이 횡재세로 제시한 2조 원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은행권은 올해 3분기까지 약 44조 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는데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고금리 상황에서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도 19조 5천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2%나 증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횡재세법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인데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업계 스스로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캐시백 방식 등 자발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입니다.

    <앵커>

    실제로 횡재세가 도입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은행권에서 어떤 형태로든 거액의 기여금을 낸다면 은행주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증권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증권가에서도 현재는 정책 변수에 따라 은행주 투심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와 당국도 금융권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모습이죠.

    하나증권 측은 "여야를 떠나 은행의 사회적 책임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은행의 초과이익 회수에 대한 움직임이 발현될 공산이 크다"며 "규제 우려가 계속 부각되는 점은 은행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는데요.

    다만, 횡재세 논의 외에도 내년에는 금리 하락기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시장 흐름이 변하고 있고, 분기 배당이 활성화화면서 기말 배당에 대한 쏠림이 약화해 전반적인 투심이 위축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장 오늘부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횡재세 관련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만큼 증권가에서도 향후 은행주 수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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