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우리나라 단기외채비중이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단기외채 비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대외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2,043억달러로 전 분기 말(2조2천251억달러)보다 208억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 중 거주자의 해외 직접 투자는 11억달러 감소했고, 증권 투자는 글로벌 주가 하락과 미국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 하락 등으로 69억달러 줄었다.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조4,189억달러로 전 분기 말(1조4,611억달러)에 비해 422억달러 감소했다.
국내 주가 하락,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증권 투자가 367억달러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대외금융부채가 대외금융자산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7천854억달러로 전 분기 말(7천640억달러) 대비 214억달러 늘었다.
이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107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3분기 말 기준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3527억달러로 2분기 말보다 11억달러 감소했다.
대외채권이 외환보유액(-73억달러) 감소 등으로 169억 달러가 줄어든 가운데 대외채무가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157억 달러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가 203억달러나 줄었는데 이는 국내 은행에 동결됐던 이란 자금이 해제된 영향이 컸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로 쌓여있던 이란 자금 약 60억달러는 지난 8~9월 중 유로화로 환전돼 국외로 인출됐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예금취급기관의 현금 및 예금은 이란의 국내 동결 자금 회수 등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외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은 2분기 말 기준 38.4%에서 3분기 말 34.2%로 4.2% 포인트 하락했다. 준비자산 감소에도 단기외채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 말 기준(3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중(단기외채/대외채무)도 2분기 말 기준 24.3%에서 3분기 말 21.8%로 1994년 4분기 말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외채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며 "국내 은행의 외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도 올해 3분기 말 기준 143.3%로 규제 비율인 8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재부는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와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속에서 대외채무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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