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 재판 지연, 답변서 제출기한에 맞춰 무변론판결선고기일 지정한다면

입력 2023-11-27 13:05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처럼, 재판 역시 적절한 때에 이루어져야 한다. 대체로 이미 벌어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이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고생을 겪은 다음일 것이다. 답답함이 이미 쌓인 채 최후의 수단으로 찾은 법원이니만큼 신속한 절차 진행을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판이 점점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누구나 알만한 지경이다. 특히 민사사건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올해 대법원에서 발간한 사법연감에 의하면 민사합의사건이 1심 판결까지 무려 14개월이나, 1인의 판사가 진행하는 민사단독사건도 1심 판결까지 5.5개월이나 걸린다고 한다. 이러한 소요 기간은 과거로부터 계속 증가세에 있고 새로운 사건이 누적될 것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무언가 받아야 할 돈이 있는 등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반년에서 1년 넘게 기다려 승소했다 치자. 하지만 피고가 상소하면 판결 확정까지 다시 그만한 기간을 견뎌내야 될 수도 있다.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거나 재판으로 받아내야 할 돈이 재산의 대부분인 당사자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기간이 될 것이다.

그러면 재판이란 원래 그런 것이냐고 하면 결코 아니다. 민사재판절차를 규정한 민사소송법에는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여러 조항을 두었다. 당장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에서부터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구체적으로도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전문에서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이어서 제256조 제1항 전문에서는 “법원은 피고가 제256조제1항의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 중략 …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147조(제출기한의 제한), 제273조(준비서면의 제출) 등 여러 조항에서 신속한 재판을 위한 규정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규정들은 대부분 법원의 재량으로 되어 있고, 문언만 보면 의무로 보이는 규정들조차 훈시규정으로 여겨지고 있어서 당사자가 어기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편이다. 특히 30일로 아주 구체적인 기간을 정해놓은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전문의 답변서 제출기한이 대표적이다. 마땅히 원고의 청구에 맞설 여지가 없으면서도 그저 패소를 늦추기 위해 답변서 제출을 하염없이 미루는 피고가 적지 않다.

재판을 신속히 하고자 노력하는 재판부는 답변서 제출기한이 지나도록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곧 무변론판결선고기일을 지정하기도 한다. 피고로서는 패소를 피하기 위해 뭐라도 입장을 밝혀야하니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재판 진행이 빨라진다. 성실한 변호사 또한 재판부의 위와 같은 태도를 촉구하여 이런 저런 신청과 읍소를 한다. 하지만 내가 고를 수 없는 재판부, 짧은 법률 상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변호사의 성향에 따라 재판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못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재판 진행을 앞당기기 위해 답변서 제출기한과 민사소송법 제257조 제3항을 결합해보면 어떨까. 해당 조항은 “법원은 피고에게 소장의 부본을 송달할 때에 … 중략 …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기일을 함께 통지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소장 부본을 피고에게 송달할 때 무변론판결선고기일까지 정해서 통지하는 것이다. 이 때 무변론판결선고기일을 답변서 제출기한에 맞추어 정한다면 보다 피고의 입장 표명을 촉진함으로써 조금 더 신속한 재판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바라자면 개별 재판부가 아닌 법원 차원에서 위와 같은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재판 지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 좋을 것이다. 판사 인력 부족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얽힌 당사자에게 신속한 절차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법원이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법원 국선변호인(2023), 서울고등법원 소송구조(2023), 서울남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북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2023),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변호사 민사원>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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