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가지수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홍콩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40%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현재 상황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원금 손실 예상 규모가 최소 3조원 이상, 최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피해액이 4천억원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 규모가 합해서 약 2조원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피해가 얼마나 클 지 가늠하실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것도 홍콩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그리고 내년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40~50% 손실을 가정해 이 정도라는 것이고요.
만약에 지수가 여기에서 더 떨어지거나 기간을 더 늘리면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는 국내 5대 은행에서만 약 13조원에 육박하고, 4대 증권사(미래.NH.KB.삼성)에서는 2조4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은행에서만 13조 원 어치가 팔렸다면 상당한 규모입니다.
이게 예금 적금과 달리 상품을 팔게 되면 받는 수수료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참 많이 팔았습니다.
<기자>
홍콩H지수 연계 ELS가 가장 많이 팔린 시기가 2년 전인 2021년 상반기인데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졌던 시기입니다.
정기예금 이자도 1% 수준이다보니 은행에서는 예금에 주로 가입하던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에게 "정기예금보다는 ELS가 3% 넘는 수익률을 나오니 차라리 이게 더 낫다"라면서 많이 권유했던 겁니다.
그리고 21년 초만 하더라도 중국증시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추가 상승이 점쳐지던 시기였거든요.
여기에 은행들이 ELS판매 시 떼어가는 0.7~1%내외 수수료 수익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ELS 판매규모가 당시에 크게 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문제는 이 상품을 팔면서,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는가입니다.
그런데, 가입 당시 홍콩H지수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안내받고 투자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김대연 기자 리포트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다.
<김대연 기자 리포트>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입니다.
60세 유 모 씨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을 통해 2억 7천만 원을 투자했다가 1억 원 넘게 날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은행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거액을 투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유 모 씨 / 홍콩H지수 ELS 투자자(60세): '녹인(Knock-in, 원금 손실)이라는 게 있는데 그다지 신경 쓸 필요 없다',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큰 신경 쓰실 거 없다'고…전적으로 국민은행 팀장님께 의존하게 됐던 거죠.]
ELS는 기초자산 지수가 만기(약 3년) 때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지만, '녹인형'처럼 통상 50%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파생상품입니다.
지난 2021년 초만 해도 1만 2천선이었던 H지수가 중국 경기 악화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나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겁니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20조 5천억 원으로, 이 중 은행 물량만 15조 8천억 원으로 파악됐습니다.
올해 주가조작, 사전매매, 사익편취 같은 사건사고로 투자자들의 신뢰에 금이 간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ELS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자 그 파장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ELS가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인데다 불완전판매가 아닌 이상 손실보상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기회에 판매 절차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손실만 발생하면 불완전판매로 매도하는 세태에도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효섭 /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자기 책임 원칙 하에 투자 상품에 투자하신 분들이 대규모로 손해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불완전 판매 여부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상품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 각자의 행위에 책임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기자>
이외에도 투자성향 분석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LS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자료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런 형태의 질문에 금융소비자들이 하나하나 답을 체크하며, 투자스타일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요.
은행 직원들이 “이 질문에는 이 답을 골라야 합니다”라는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두희(가명)/KB국민은행 ELS 가입자: (투자성향분석은) 다 형식이고 그런거다 하니까…(투자성향분석 답을 선택할 때) 이걸로 해야된다 이걸로 해야된다 이걸로 하면 가입을 못해요 하니까 한거죠.]
<앵커>
지난 2020년 파생결합펀드, 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이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못하도록 제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ELS 판매도 금지하려다, 은행들 반발로 넘어가긴 했는데, 이게 다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수조사를 해서 따져보면 불완전 판매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은행들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은행권 공식 입장입니다.
금융소비자법 시행 이후 상품 판매 과정을 녹취하는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다만 일부에서는 “완벽하게 금융소비자들에게 상품 구조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면서
“AI가 기계적으로 금융상품을 설명하고 거기에 금융소비자가 이해했다는 답변을 하는 식으로 형식적인 녹취방식을 취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ELS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자료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수익률 안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요.
일부에서는 나중에 만기가 도래하면 손실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새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해주겠다며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 부분은 추후 새로운 불완전판매 이슈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은행권 프라이빗뱅커 : 다른 상품으로 저희가 최대한 상환이 빨리 될 수 있고 금리를 높게 할 수 있는 상품을 매칭해서 빨리 손실만큼 회복될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진행할 거고. 수수료 부분이 없거든요. 그런 부분이 수익으로 더 올라갈 수 있게…]
<앵커>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더라도 입증을 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9년에 있었던 DLF불완전판매 이슈만 보더라도, 올해 초 1심 판결이 나왔는데요.
이렇듯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년 ELS 대규모 원금손실 확정 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불완전판매 입증 공방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가 실제로 입증된다면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는데요.
실제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소지가 명확할 경우 최대 80%까지 금융회사에 책임을 부과해 왔고, 라임·옵티머스 등 과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서는 판매사에 투자금 전액 반환을 권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상문제 뿐만 아니라, 추후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투자자들의 피해냐, 아니면 단순 투자손실이냐.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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