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쇄신 '키맨'..."김정호는 치밀한 전략가" [IT인사이드]

박해린 기자

입력 2023-12-04 14:41   수정 2023-12-04 14:49

    <앵커>
    IT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박해린 기자의 IT인사이드 시간입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몰린 데다 내홍까지 겪고 있는 카카오,

    오늘 아침에도 김범수 창업자 주재로 비상경영회의가 있었다고요. 어떤 내용이 논의됐습니까?

    <기자>
    최근 진행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제도 개편 내용을 점검하고, 경영쇄신 방안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벌써 한 달 반째 월요일마다 비상경영회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김범수 위원장은 오늘도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카카오 측도 회의 내용에 대해 여느 때보다 말을 아꼈습니다.

    카카오 측이 조용하자, 오늘은 노조가 인적 쇄신과 경영쇄신 활동에 직원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개시했습니다.

    사법 리스크, 임직원 비리 논란 등 직원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지만 김범수 위원장과의 대화가 전혀 없었다며 반발한 겁니다.

    [서승욱 / 카카오 노조 지회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가 계속 지금까지 이 상황까지 온 거고요. 어쨌든 회사가 왜 답변도 없이 지금까지 왔는지, 이렇게 되면 사실 회사의 귀책 사유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지난주, 김범수 쇄신위원장이 "경영진들이 (중략)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많이 걱정하고 있을 임직원들도 잘 챙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는데, 김범수 위원장을 비롯해, 어떤 경영진도 노조와 대화하지 않았다며 공허한 발언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노조는 매주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최근 카카오는 내부 폭로전에도 시끌시끌하지 않았습니까.

    김범수 창업자는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지난주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이자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원진의 과도한 골프장 사용과 대형 건설 프로젝트 관련 비리 에 대해 폭로하면서 내부에서도 한바탕 전쟁을 치뤘죠.

    이쯤되면 안팎으로 논란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김범수 위원장이 오늘 회의를 통해서라도 언론에 관련 입장을 밝힐 수 있었는데, 묵묵부답인 모습입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김정호 총괄은 기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긴 했지만 "더이상 외부 소통은 못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카카오가 자신의 폭로 내용에 대해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조사단을 꾸려 본격 감사에 착수한 만큼,

    더 이상 추가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김 총괄은 어젯밤 사내 내부망에 "100대 0 원칙을 어겼다며 스스로 윤리위원회에 징계 여부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100대 0 원칙'이란 건 카카오 내부에선 100% 정보를 공유하고, 외부에 대해선 0%, 절대 보안을 유지하자는 건데

    회사 내부의 사정을 공개적으로 공유했으니 자진해서 징계를 받겠다는 겁니다.

    다만 김 총괄은 "위축되지 않고 쇄신작업을 이어 나가겠다,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강조하며, 쇄신에 대한 뜻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 총괄이 더이상 언론과 접촉하진 않고 있지만 이런 의지는 "카르텔은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직원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순수한 사람들을 이용만 한다"는 카카오톡 개인 프로필에 게시한 문구에서도 드러납니다.

    <앵커>
    요새 같이 정부의 압박이 커져가는 시기에 내부에서까지 폭로하고 나서다니, 김정호 총괄 'X맨' 아닙니까?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과 상황에 따라 매우 달라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카카오가 처한 상황이나 김 대표의 평판을 종합해 보면

    'X맨' 보단 쇄신의 성패를 결정지을 '키맨'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호 총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IT업계에 오래 몸 담고 있는 전문가들을 취재했는데요.

    공통점은 "김정호 총괄이 치밀한 전략가이자 사리사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는 겁니다.

    김범수 창업자의 30년 지기로 잘 알려진 김정호 총괄은 김 창업자와 삼성SDS에서부터 직장 생활을 함께 했고,

    이후 김범수 창업자가 NHN을 떠나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 김 총괄은 4년 뒤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창업하며, 사회공헌 사업에 매진해 온 인물입니다.

    준법과 신뢰위원회에서도 김 창업자가 내부 인사로 유일하게 김 총괄을 투입시킨 것만 봐도 신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고요.

    김 총괄이 베어베터를 무보수로 이끌고 있으며, 경영지원 총괄 자리도 무보수로 맡고 있단 점에서 사리사욕이 없다는 것도 일정부분 입증됩니다.

    사실 이번 폭로가 회의 중 김 총괄의 '욕설 논란'에 대한 배경 설명 과정 중에 일어난 것이었기에 우발적인 행동 아니겠냐, 라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주변인들을 취재해 본 결과, 우발적이라기보단 비위를 공론화해서라도 카카오의 쇄신을 이끌려는 거침없는 행보로 보는 편에 무게가 실립니다.

    사실 김정호 총괄이 이번 논란과 폭로전에서도 개인적으로 얻을 건 딱히 없죠. 잃을 건 그간 쌓아온 명예죠.

    강력한 쇄신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김 총괄이 자정 능력을 잃은 카카오의 쇄신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란 기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고요. 주가도 오름세입니다.

    벌써 12월인데요. 이달은 카카오에게 엄청 바쁜 달입니다.

    쇄신을 맡을 외부 독립기구인 준신위가 이달 출범해야하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 마련, 생성형 AI인 코GPT 2.0 출시 등 모든 약속을 '연내'로 미뤄둔 만큼 이번 달이 카카오에게는 '미래'를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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