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니 600억원 매각설이 나온 시점과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내부경영 실태를 들여다보고 골프회원권 '75% 통매각'을 추진한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
그 즈음 또다른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 임원이었던 A씨는 2년 전 이직하면서 보유 중인 골프회원권을 모두 회사에 반납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카카오 시절 그 골프코스에 갔다가 자신이 아직도 정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전 직장인 카카오가 2년 넘도록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내버려 둔 거다.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이라는 세평이 억울할 수 있지만 카카오의 내부 관리시스템이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혼돈에 빠진 카카오 사태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SNS 폭로의 주인공' 김정호 총괄의 실체를 아는 것이 그 무엇 보다 중요해 졌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의 골프 이슈를 처음으로 공론화했고, 내부 회의 중 분노해 욕설을 했다고 알려져 있고, 그 욕설에 대해 셀프 징계를 요청하는 기행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그를 만난 적 없어 IT업계 마당발들에게 평판 조회라는 걸 해봤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사람의 인성과 실력은 시각과 상황에 따라 180도 다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다만 김 총괄이 공동 설립한 '베어베터'라는 기업을 살펴보는 건 가치가 있다. 발달장애인 약 250명이 직원인 베어베터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11년 동안 존속시킨 인물이라면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선한 기업을 운영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김 총괄은 네이버 공동 창업자로 막대한 부를 쌓은 '자칭' 졸부이다. (김 총괄 스스로 자신을 졸부 라고 부른 것을 인용한 말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졸부가 이런 비즈니스를 하지는 않는다.
검경 수사에서 촉발된 카카오의 위기는 뼈를 깎는 내부 쇄신의 강력한 동기가 됐고 이 과정에서 폭로와 음해, 살아남기 위한 변명과 자기정당화가 난무하고 있다. 아수라장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바람직한 방향 같은 것, 그 길을 찾고 싶은 수많은 직원과 주주, 소비자들이 김 총괄의 선의에 베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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