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닷새가 된 아기를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넘긴 '이천 영아유기' 사건의 피해 아동을 경찰이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아동복지시설에서 찾아냈다.
이 아동은 8년 전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다른 사람이 키웠지만, 이들도 결국 아이를 복지시설로 넘겨 사실상 또 유기됐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7월 경기 이천시로부터 "친부모의 자녀 유기가 의심되는 사건이 있다"는 수사 의뢰가 경찰에 들어오면서 이 아동에 대한 추적이 시작됐다. 경찰은 생사 불명인 아동의 친부모인 이모(41·친모) 씨 부부를 즉시 형사 입건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노래방에서 함께 일하다가 사귀게 된 이씨 부부는 2015년 1월 6일 이천시 소재 한 산부인과에서 남자아기를 출산했지만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자 포털사이트에서 입양 관련 글을 검색하다 최모(49·여) 씨와 A(44 추정·여)씨를 알게 됐다.
이들은 출산 불과 닷새 뒤인 같은 달 11일 NC 백화점 이천점(현재 폐업)에서 최씨와 A씨를 만나 아기를 전달했는데, 이후 아기의 생사는 알지 못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는 아기를 건넬 당시 만남 장소였던 NC 백화점 내의 아기용품점에서 최씨 소유 신용카드로 겉싸개와 속싸개 등 17만원 상당의 물품을 결제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백화점은 예전에 폐업한 데다가 가맹점 결제 자료는 보관 기한이 5년이다. 경찰은 아기용품점 본사에 2015년 1월 판매자료 647건 전체를 요구해 회신받았다. 또 경찰은 신용카드사 9곳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해 사건 당일(2015년 1월 11일) NC 백화점 이천점에서 카드로 결제된 내역 3천406건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 자료를 서로 비교한 끝에 이날 NC 백화점 이천점 아기용품점에서 17만원 상당을 결제한 사람은 지방에 거주하는 최씨 1명이라는 사실을 파악해 최씨를 검거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최씨는 "2012년부터 마트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이자 옆집 주민인 A씨가 입양을 원해 도와줬던 것"이라며 "A씨는 이천에서 데려온 아기를 8개월가량 키우다가 돌연 잠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후 A씨의 남편과 살림을 차리고 아기를 양육했지만,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원에 들어가자 지난 3월 현재 만 8세가 된 피해 아동을 모 지역아동센터에 맡겼다고 털어놨다.
피해 아동은 최씨 남편의 성을 따라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출생 미신고로 인해 주민등록 자체가 되지 않아 제때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B군을 맡은 해당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최씨를 고발했다. B군은 지난 5월 아동복지시설로 옮겨져 이곳 시설장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B군은 임시 주민등록번호의 일종인 사회복지전산번호를 부여받아 초등학교에도 입학했다. 경찰은 지난 10월 아동복지시설에서 B군의 안전을 확인하고, 이씨 부부와 B군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친자가 맞다는 결과를 지난달 회신받았다.
이씨 부부는 현재 결별한데다 양육 능력이 없어 B군을 다시 데려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B군은 자신을 키워준 최씨와 그의 남편을 친부모로 알고 있으며, 지금도 자주 최씨를 만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B군을 낳은 생부·생모인 이씨 부부도, B군을 8년간 키운 최씨와 그의 남편도 현재로선 양육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B군은 아동복지시설에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생활하다가 이후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 부부와 최씨,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등) 혐의로 입건하고, 아직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A씨의 소재 파악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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