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다양한 고용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됐습니다. 현지시각 5일 발표된 구인·이직보고서, 즉 졸트 보고서를 시작으로 ADP 민간 고용보고서, 주간 실업보험 청구건수, 11월 고용보고서까지 발표됐는데요.
지난주 가장 먼저 발표됐던 졸트 보고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10월 구인 건수는 870만 건을 기록하면서 전월보다 61만 7천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같은 수치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 작년 4월 이후 하락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직률은 2.3%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요. 이직률이 낮다는 건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일자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음 날, 고용정보업체인 ADP 역시 고용시장이 식고 있다는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11월 미국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전달보다 3천개 줄어든 10만 3천개로 집계된 건데요. 월가 전망치인 13만 개보다 적었고, 전월 대비 고용 증가폭도 줄었습니다. 임금은 1년 전보다 5.6% 증가하면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이직자 임금 인상 역시 8.3%로, 3년 전 ADP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이렇게 견조했던 노동시장이 드디어 둔화 조짐을 보이는가 했는데, 7일 발표된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했습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천 건 증가한 22만 건으로,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한 주 전보다 6만 4천 건 감소하며 속도가 줄지 않았음을 보여줬습니다.
많은 고용 데이터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 바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 보고서입니다. 그런 만큼 다른 지표들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 주 동안 발표된 고용 관련 지표가 들쭉날쭉한 가운데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는 19만 9천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19만 명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10월 신규고용이 15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규모입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조업 고용이 2만 8천 명 늘어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는 전미자동차노조가 파업을 10월 말에 끝내면서 11월에는 급여가 재개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매업 고용은 3만 800명 줄었는데요. 특히, 백화점과 가구, 전자제품 소매업 등에서 6천 건의 고용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최근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탓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의 주요 지표가 되는 시간당 평균 임금도 공개됐는데요. 전월 대비 0.4%, 전년대비 4%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의 전년대비 증가율 흐름을 보면, 7월 4.4%에서 순차적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실업률도 살펴보면요. 8,9월에는 3.8%, 10월에 3.9%를 기록하면서 4%대 진입을 알리는가 싶더니 11월에는 3.7%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가을에 파업을 벌이던 노조들이 대부분 일터로 복귀한 영향이지만, 미국 경제의 실업률은 5.5%라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1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월가의 분석도 엇갈렸는데요.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의 로버트 프릭은 “건전한 고용 증가, 낮은 실업률, 그리고 양호한 임금 인상 등이 확인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요. 반면, 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라드는 “연준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약화 움직임이 뚜렷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연준 입장에서는 실업률이 4~5%로 치솟지 않는 이상, 정책을 완화하지 않고 현 상황을 지켜보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찰스 슈왑의 리처드 플린은 “이번 발표는 고용 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를 무너뜨린다”고 말했습니다.
외신들의 종합적인 반응도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예측도 나왔었지만, 고용지표들이 발표되며 이 같은 전망이 다소 힘을 잃게 됐는데요. 로이터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탓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데는 5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고요. 파이낸셜타임스는 “최소 내년 7월까지 현재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7.1%에 달합니다. 이처럼 이번주 예정된 FOMC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은 기정 사실화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결국 관건은, 그래서 ‘언제’ 금리를 인하할 거냐는 겁니다. 현시점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3.2%,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3.4%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고용보고서 발표 이전에 3월 금리 인하 확률이 60% 가까이 됐던 것과는 비교되는 수치인데요. 고용이 여전히 강하다는 시장 해석이 반영되면서 3월 금리 인하설은 비교적 힘이 약해진 걸로 보입니다. 내년 5월에야 인하 가능성이 49.3%로 동결 가능성 22.6%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다시 FOMC 회의 이후 파월 연준의장의 ‘입’에 주목하게 됐는데요. 이번주 FOMC 직후 관련 소식들도 빠르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인사이드였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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