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예금경쟁이 심화되면서 예금취급기관의 재무안정성을 악화시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에 내려진 ‘수신 경쟁 자제’ 권고가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11일 ‘예금취급기관의 예금 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일부 은행들이 유동성 규제 정상화 대응, 시장성 수신 애로 완화 등을 위해 수신을 확대함에 따라 경쟁관계에 있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도 수신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취급기관 간 수신경쟁은 예금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금리 혜택을 제고시킬 수 있으나 단기간의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은 수신 안정성 저하,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최근 예금조달행태 변화에 대해 “지난 2022년 3분기 은행권의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83bp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비은행권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비은행의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2022년 4분기 142bp로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신규취급액기준 가중평균예금금리와 시장성수신금리 간 차이로, 예금시장에서 개별 예금취급기관의 수신경쟁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또 “이후 높은 수준의 예금금리를 통한 비은행권의 수신행태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늘어난 예금의 64.9%가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 예치됐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중 비은행권 예금 증가규모는 전년동기대비 1분기가 69조 1천만원, 2분기는 55조 6천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최근 예금취급기관의 수신경쟁과 재무안정성 간 관계를 패널모형을 통해 분석(2014년 1분기~2023년 2분기)한 결과, 수신경쟁이 심화될수록, 즉 예금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 안정성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대금리차 수준이 낮은 예금취급기관은 총자산수익률 뿐만 아니라 자본관련 지표의 수준도 저하됐단 분석이다.
한은은 “과도한 수신경쟁이 없었던 2014년 1분기~2021년 2분기 중 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0.06, 비은행권이 0.52였다”며 “해당 수치는 수신경쟁시기였던 2021년 3분기~2023년 2분기에 은행이 0.40, 비은행권이 0.82로 확대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은 “은행들에 의해 수신경쟁이 촉발될 경우 그 파급영향이 예금 이외의 대체 자금조달수단이 부족한 비은행권에 빠르게 전이되는 점을 고려해 평상시 은행권의 예금만기, 재예치규모 등 유동성관리 상황을 한층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은행권의 경우 위기시 중앙회가 개별 회원기관에 시의적절하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