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식시장과 연계된 주가연계증권, ELS에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나오면서 은행들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불완전판매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은 비판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감독원이 2018년 말 내놓은 한 보도자료입니다.
‘ELS 등 파생결합증권 투자현황 및 보호방안’이란 제목인데, 5년 전에 나온 자료지만 내용이 낯설지 않습니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에 47조원가량을 투자했는데, 이중 42%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또 전체 투자액의 76%(36조원)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는 분석도 담겼습니다.
해당 자료는 결론에서 “은행 창구 직원의 적극적인 투자권유로 발생할 소지가 높은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이 ELS 불완전판매 행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금감원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회사의 상품 판매절차를 평가하는 '미스터리쇼핑'.
'금융판 암행어사'로 불리는데, 2018년 조사에서 은행권은 평균 64점에 미흡 등급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인 미흡 사례도 거론됐는데, 투자자 성향을 분석하지 않았거나 손실 가능성을 축소해서 말하는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완전판매에 가까운 사례도 여럿 있었습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연계 ELS가 2021년 초에 판매됐다는 걸 감안할 때 금감원이 이번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오히려 은행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ELS 같은) 고위험 고난도 상품이 다른 데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한테 특정 시기에 고액이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점이 있고…]
당국이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을 소홀히 하고, 정작 책임은 은행권에 모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 금융당국은 (은행권 고위험상품 판매) 상시적 점검을 하겠다라고 돼 있거든요. 미스터리쇼핑에서 부실한 것들이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판매를 허용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거죠. 금융당국도 책임이 있다.]
금감원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녹취·설명 의무, 숙려 기간 부여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번 홍콩 ELS 사태를 계기로 해당 조치들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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