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금리인하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시장은 예상 이상의 비둘기파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점도표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 폭등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1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5.25~5.50%로 동결했다. 2022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어진 가파른 금리인상 사이클을 멈추고 석 달째 숨고르기하면서 시장은 금리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성명서와 함께 경제전망요약(SEP)를 통해 공개된 19명의 연준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묻는 점도표는 내년 중간값 4.6%로 75bp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중간값 4.9%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내년 6차례의 FOMC회의 가운데 최소 3차례 인하해야 도달 할 수 있는 수치다.
연준은 또한 내년도 미국 경제에 대해서 GDP 성장률은 1.4%로 지난 9월 예상보다 0.1% 포인트 소폭 낮춰 잡았고,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소비지출은 2.4%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연준 성명서에 앞서 전날 공개된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와 오전에 나온 생산자물가지수가 모두 시장 예상 수준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우려는 크게 완화됐다.
성명서 공개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파월 의장은 금리인하가 논의를 시작했음을 밝히며 한층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돌아섰다. 제롬 파월 의장은 "위원회는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가 진전되었다 판단한다"면서 금리인하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전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너무 오래 높은 금리가 지속될 위험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면서 경기둔화에 맞춰 금리인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 성명서 문구에서 크게 달라진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한 '어떤(any)' 추가적인 정책 강화"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정점 또는 그 부근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파적 편향'을 보여왔던 연준이 금리인하를 테이블에 두기 시작하면서 채권금리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29.2bp폭락한 4.439%, 전세계 자산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18.2bp 떨어진 4.024%로 가까스로 4%선에 머물렀다.
채권 가격이 뛰는 사이 금융시장과 원자재 등 대부분의 자산도 함께 상승세를 그렸다. 성명서 발표 직후 상승폭을 키운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 오른 3만 7,090.24로 사상 최고가를 썼고, S&P500 지수는 1.37% 오른 4,707.09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올라 1.38% 뛴 1만 4,733.96으로 마감했다.
빅테크 기업 가운데 테슬라는 이날 미 도로교통안전국으로부터 200만대의 리콜을 요청받아 장 초반 하락했으나 0.98%로 상승 마감했고, 스포티파이와 반독점법 소송 패소 가능성이 전해진 애플도 1.67% 뛰었다. 금융주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2%, 헬스케어주는 일라이릴리가 2.18%, 유통주 코스트코가 1.99% 등 대부분의 종목이 강세였다.
다만 화이자는 내년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이날 6.27% 급락했다. 매출은 585억~615억달러, 조정주당순익은 2.25달러선을 제시했는데 모두 시장 컨센서스인 626억 6천만 달러와 3.16달러를 밑도는 기록이다. 미즈호 증권은 이에 대해 "여러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충격적인 숫자"라며 "수년간의 인수합병과 투자에 많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급 증가로 추락하던 원유가격도 이날 올랐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1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9% 오른 배럴당 69.77달러, 브렌트유 2월분은 1.83% 오른 74.58을 기록했고, 국제금값도 2.42% 상승한 2,041.40으로 2천달러선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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