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는 ‘펀플레이션’으로 인해서 올해 스포츠 티켓 가격이 25%나 급등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냈습니다. 전체적으로 올해 미국의 CPI는 연간 기준으로 3.2%의 완만한 상승을 기록했는데, 스포츠 티켓은 가격 상승세가 뚜렷한 종목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CNBC는 미국 노동 통계국이 지난달까지 발표한 CPI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스포츠 티켓 가격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까지 2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높은 스포츠 티켓 가격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지수, 즉 CPI를 구성하는 수백 개의 종목 중에서 가장 높은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한 건데요. 물론, 티켓 가격이 25%가량 크게 오른데는 스포츠 팀들이 팬데믹 시절 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2022년 티켓 가격을 할인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티켓 가격은 2019년 11월 대비 올해 10월, 약 14.2% 상승했습니다.
또,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종목이죠. 미식 축구와 하키 종목의 티켓 판매량도 눈에 띄었는데요. 티켓 플랫폼인 스터브 허브에 따르면, 올해 NFL, 즉 미국 프로 풋볼 리그와 내셔널 하키 리그의 티켓 판매는 전년 대비 약 두 배 증가했고요. 농구 리그인 NBA 티켓 판매량도 지난 시즌 대비 60% 증가했고, 대학 축구 리그 티켓 판매 역시 50% 증가했습니다.
미식 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는 내년 2월 11일에 예정되어 있는데요. 항상 1억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슈퍼볼 광고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영향력 있는 광고로 꼽히는데요. 빅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케이블 TV 운영사인 FOX 같은 기업들도 기대감을 받으면서 주가 상승이 이뤄지곤 합니다. 올해처럼 펀플레이션이 두드러지는 해에는 슈퍼볼 광고 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도 살펴볼까요? 펀플레이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바로 대중음악 공연입니다. 최근 타임지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인물이자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입장권의 액면가 평균은 254달러, 우리 돈으로 약 33만원에 달하고요. 재판매되는 티켓의 평균 가격은 1095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148만원에 달합니다.
현지시각 8일, 미국의 음악 전문 매체인 롤링스톤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가 대중음악 콘서트 투어 사상 최고 기록의 매출을 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10억 4천만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콘서트 투어로 기록됐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로 덕을 봤던 기업도 있었죠. 바로 AMC였는데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최근 투어 콘서트 실황을 영화로 제작한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가 미국에서 총 1억 5천만 달러의 티켓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스위프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거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영화관 체인인 AMC를 통해 영화를 배급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밈주식’으로 알려진 AMC는 올해 들어 65% 급락했었는데요. 스위프트의 영화가 개봉 전부터 기록적인 사전 판매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10월 한 달 동안 30% 가까이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폴스타는 북미 지역의 투어 공연 탑 100을 뽑아서 티켓 가격 평균을 집계해봤는데요. 올해 북미 지역을 순회하는 가수들의 공연 입장권 평균 가격은 120.11달러로 작년보다 7.4%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해보면 약 27% 가격이 상승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펀플레이션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가격 인상 탓에 각종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37%에 달했습니다. 또, 20% 이상은 여가 생활을 위해 빚을 질 의향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시카 레이프 에를리히 애널리스트는 “펀플레이션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CNBC는 시라큐스 대학에서 스포츠 분석을 담당하는 폴 교수를 인용하며, 스포츠 게임 등에 참석하는 것이 이제는 일종의 ‘사치품’과 같은 성격을 띄게 되었다고 분석했는데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한 공간에 모여 단합하는 것에 대한 진정한 갈망을 느꼈고, 지불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기꺼이 그러한 공간에 지출을 늘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그동안 목말랐던 공연이나 경기, 영화관 등 문화 수요가 급상승하면서 이는 전반적인 문화 부문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모습이 됐다는 겁니다.
오늘은 월렛에서는, 오른 물가에도 오락 소비가 더욱 증가했고, 그에 따라 견고해진 펀플레이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제적 자극으로 풀며 악순환의 고리가 연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홀리 크로스 대학의 교수이자 이코노미스트인 메이슨의 말처럼 결국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개선하는 것이 펀플레이션과 같은 경제 이상 징후를 정상화하고, 모두가 합리적으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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