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해 17일 거리 집회를 열었다. 의협은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 시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집회 후 이 회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대통령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의 재고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의협은 이날 집회에 약 8천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의협은 지난 11일 시작한 회원 대상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이날 자정 마감할 예정이다. 의협은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총파업' 찬성이 다수더라도 바로 총파업에는 돌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서 '의사들의 총의'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설문을 시작하며 '정부와 대화해서 안 되면 총파업까지 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회원들 동의를 얻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설문 자체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했을 때'를 전제하고 있는 터라 당장 집단 휴진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지난 13일 의정협의체에 참석한 의협 관계자 역시 "(결과를 공개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걱정하실 수도 있지 않으냐"며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속 말씀드렸지만 (총파업은) '정부의 일방적 추진'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의 대화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이 단체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데에는, 의대 증원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데다 의협 내부의 동력도 크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3%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또 지난 2020년 단체 행동을 주도하며 정부의 증원 추진을 무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전공의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의협 내부에서도 집단행동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의협이 내년 3월 새 회장 선거를 앞둔 가운데 내홍이 불거지고 있는 것 역시 동력을 약화시키는 부분이다.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겠다던 의협의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투쟁위원장(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지난 14일 '반대 세력'을 비판하며 사임했다.
거리 집회를 앞둔 이날 오전에는 의협 집행부 책임론을 들며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투표에서 반대(82표)가 찬성(76표)보다 6표 많아 현 집행부 체제가 유지됐지만, 의대 증원에 대한 내부 갈등이 다시 드러났다.
지역의료원이나 지역 국립대병원 등에서 의사 부족이 심각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의료계에서도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의협 입장에선 부담이다.
정부가 증원에 실패했던 2020년과 달리 오랜 시간 의사들과 협의를 하고 필수·지역의료 정책 패키지를 함께 마련하면서 증원 추진의 명분을 쌓아온 것도 의협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정부는 의대증원에 대해 의협과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의협이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이 가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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