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심준보 김종호 이승한 부장판사)는 19일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징계위원회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 의결과 그에 기반한 징계처분 과정이 모두 위법했다며 따라서 구체적 징계사유에 관해서까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절차에 관여한 점이 검사징계법상 제척 규정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검사징계법에는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징계 청구자인 추 전 장관이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1차 심의기일을 2020년 12월10일로 지정·변경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심의기일 지정은 징계 혐의자의 방어 준비에 필요한 시간 확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심의에 실질적 영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추 전 장관이 징계 청구 후 1차 심의기일에 임박해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징계위원으로 신규 위촉한 행위, 그리고 그를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한 행위 역시 적법절차의 원칙과 검사징계법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과 관련해서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에 미달하는 3인 이하의 징계위원만 출석해 적법한 기각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 상태에서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이 모두 참여해 징계 의결을 한 것도 위법하다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이 징계를 청구한 후 신규 위촉한 위원은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선 적법한 재적 위원으로 볼 수 없어 '출석'으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따라서 정한중 교수도 위원장 직무대리 자격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과반수 출석'이라는 심의개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징계위가 당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작성한 진술서를 징계사유의 주요한 증거로 채택했음에도, 이를 반박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증인 심문 청구를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각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도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 검사징계법 일부 위헌 ▲ 징계기록·위원 명단 미제공에 따른 방어권 침해 ▲ 감찰조사상 위법 ▲ 감찰조사 없는 징계청구 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12월 추미애 장관이 재직 중이던 법무부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건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10월 1심은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한 3건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계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징계는 절차적 위법이 매우 컸고 내용도 정치권·권력과 결탁한 일부 부주의한 언론이 속았던 사건"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질서가 원활히 기능해 법치주의를 견고히 지켰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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