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아르헨, '최고액권' 화폐 발행 검토

입력 2023-12-26 05:57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현재 최고액권인 2천 페소 지폐보다 단위가 10배 이상인 2만 페소 이상의 최고액권 화폐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외화보유고 고갈로 인한 급격한 자국 화폐 평가절하 이후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 가치가 대폭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최고 액면가 지폐는 2천페소로 공식 환율로 환산하면 2.43달러(3166원), 아르헨티나 국민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비공식 환율 시세로는 고작 2달러로 한국 돈 2천600원 정도이다.

지난 1991년 카를로스 메넴 정권이 당시 화폐인 1만 아우스트랄을 1페소로 개혁하면서 탄생한 현재의 페소화는 '1페소=1달러'의 가치로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이 안정적으로 진행됐더라면, 현재 최고 액면가 지폐인 2천페소는 거의 2천달러(260만원)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녀야 할 것이지만, 만성적인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달러화 대비 가치가 1천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르헨티나 일각에선 신규 고액권 화폐 발행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중도좌파 정권은 신규 고액권 지폐 발행을 반대해 왔다.

당시 전문가들은 고액권 화폐를 발행하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고, 탈세와 돈세탁에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하지만 최근 출범한 밀레이 정부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선 고액면가 지폐 신규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 페소화를 폐지하고 달러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지만, 우선은 페소화의 가치하락을 인정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고액면가 지폐 신규 발행에 나서고 있다.

초대 중앙은행 총재인 산티아고 바우실리는 처음에는 5천페소와 1만페소 지폐의 신규 발행을 고려했으나, 지금은 2만 페소와 5만 페소 신규 지폐 발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현지 매체 암비토, 클라린 등은 보도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신규 지폐가 유통될 시기가 되면 이미 화폐 가치 하락으로 또 다른 고액 액면가의 화폐 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아르헨티나 은행 및 금융기관은 페소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지폐 운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자 미겔 페쉐 전 중앙은행 총재에게 지속해 고액권 화폐 발행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페쉐 전 총재는 비밀리에 신규 고액권 지폐 발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암비토가 전했다.

2만 페소 및 5만 페소 신규 고액권 지폐는 내년 3월에 유통될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일부 매체는 유통까지 적어도 6개월이 소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5만 페소 신규 지폐 발행이 타당하며, 5천 페소와 1만 페소의 지폐도 실용적인 면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중앙은행이 새로 발행할 지폐의 액면가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조폐공사 격인 카사데모네다(Casa de Moneda) 사장이 정권교체와 함께 사임한 후 후임이 내정되지 않았으며, 이미 해외 각국에서 발행된 2천페소 지폐를 들여오기 위해 지불할 돈이 없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는 중국, 스페인, 브라질 등에서 2천 페소 지폐 생산을 요청했으며 중국의 경우 2천페소 지폐 4억장이 이미 준비됨에 따라 아르헨티나로 가져와야 하는데 아직 이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라나시온은 전했다.

더욱이 배로 운반할 경우 40일이 걸려서 비행기로 운반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운반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3월에 신규 고 액면가 지폐가 발행돼 시중에 유통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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