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서 엔비디아 대표로"…'AI 황제' 젠슨 황의 성공스토리 [비하인드 인물열전]

박찬휘 기자

입력 2023-12-31 09:00  



미국 증시 나스닥 지수가 올 들어 43.42% 오르며 전 세계 주요 증시 주가지수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렸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기술주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비하인드 인물열전'에서는 AI 열풍을 이끈 주역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의 성공스토리를 다뤄보려 합니다.

▲ '왕따'에서 '엔비디아 CEO'가 되기까지

젠슨 황은 현재 엔비디아 CEO라는 눈부신 성공을 거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힘든 유년 시기를 보냈습니다.

젠슨 황과 그의 부모님

황은 1963년 2월 17일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났습니다.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영어 교사인 어머니는 황이 5살 때 태국으로 이주했는데, 황이 9살이 되던 해인 1973년 태국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민주화 운동이 발발합니다.

젠슨 황이 다녔던 오네이다 기숙학교

이에 황의 부모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한 살 터울인 친형과 미국에 있는 삼촌에게 맡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삶 역시 녹록치 않았습니다. 켄터키 주 오네이다 기숙학교에 입학한 황은 인종 차별과 학교 폭력에 시달리며 소위 '왕따'를 겪었고, (황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때 칼에 찔린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황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꺼려하는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고 숙제를 도와주거나 두각을 보였던 수학을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는 등 괴롭힘을 이겨내고 학교 생활에 무사히 적응했습니다.

젠슨 황과 그의 아내 로리 밀스

이후 황은 포틀랜드의 알로하 고등학교를 2년 조기 졸업하고 1984년 오리건 주립대에 입학해 전기공학 학사를, 1992년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황은 오리건 주립대 재학 당시 미래 아내가 되는 로리 밀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오리건 주립대 졸업 직후 브로드컴의 자회사인 LSI 로직과 AMD에 취직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업무로 엔지니어 경험을 쌓았습니다.

엔비디아 공동 설립자인 커티스 프리엠, 젠슨 황, 크리스 말라코프스키 (왼쪽부터)

스탠퍼드대 졸업 1년 뒤인 1993년, 30번째 생일을 맞은 황은 동료 엔지니어인 크리스 말라코프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함께 엔비디아를 설립했습니다.

황이 엔비디아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했던 그는 1990년대 초 열악했던 PC(개인용 컴퓨터) 게임 그래픽을 개선하고 새로운 게임 시장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친구들과 함께 회사 창업을 계획한 겁니다.

▲ '반도체 공룡'의 탄생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탄생했습니다.

젠슨 황과 그의 동료들 엔비디아 설립에 대해 이야기했던 '데니스 레스토랑'

1993년 젠슨 황과 크리스, 커티스 세 사람은 자주 가던 실리콘밸리의 데니스(Denny's) 레스토랑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 회사'를 창업하는 것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이내 뜻이 통한 그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여담으로 데니스 레스토랑은 황이 학창시절에 아르바이트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는 훗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데니스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외향적인 성격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세 사람은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벤처투자회사인 세퀘이아 캐피털 등으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을 받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에 엔비디아를 차리게 됩니다. 이때 크리스와 커티스는 명석하고 모든 면에서 학습이 빠른 황이 CEO가 되어야한다고 말하며 황을 CEO 자리에 앉혔습니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히트작은 컴퓨터 게임용 모션 그래픽을 구동하는 GPU칩이었는데, 이 칩이 대성공을 거두며 회사는 무섭게 성장하게 됩니다. 엔비디아 설립 20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전 세계 PC의 70%가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했습니다.

▲ '반도체 공룡'에서 'AI 황제'로

젠슨 황은 이미 오랜 기간 AI 시대에 대한 대비를 해왔습니다.



GPU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엔비디아는 2010년 이후 회사 주력 제품을 GPU에서 더 넓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때 황은 앞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성능이 급성장하게 되면 AI 기술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AI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과 복잡한 계산을 처리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엔비디아는 AI 기술 시행을 돕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구하고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첫 AI칩 'A100'

엔비디아는 2020년 출시한 A100을 시작으로 AI 칩 분야에서 독주하기 시작합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로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으로 올 한해 주가가 200% 넘게 상승하고, 지난 6월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는 등 'AI 황제'로 우뚝 서게 됩니다. 앞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미국 기업은 애플,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여섯 곳 뿐이었습니다.

▲ 억만장자의 비결은 '애사심'

식당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이를 하던 젠슨 황은 이제 전 세계에서 28번째 부자가 됐습니다. (2023년 12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집계)

황의 순자산은 이달 기준 약 420억 달러, 우리 돈 54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황의 순자산은 엔비디아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황이 바로 엔비디아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지난 1999년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올해까지 승승장구하며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 주가 100달러 달성을 기념해 새긴 엔비디아 로고 문신

황은 지난 2017년 엔비디아의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 왼쪽 어깨에 엔비디아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습니다.

미 SEC(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황은 2023년 9월 기준 엔비디아 보통주 800만 주를 갖고 있으며, 7,870만 주는 신탁 및 가족과의 파트너십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엔비디아 전체 지분의 3.5%에 달하는 규모이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그룹 등 4개 기관투자사의 지분보다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에서 받는 연봉과 인센티브도 상당합니다. 2022년 기준 회사에서 받은 기본급만 100만 달러(한화 13억 원)에 달했는데, 여기에 목표주가 달성 등 여러 성과를 인정받아 현금 200만 달러와 2,200만 달러 규모의 주식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즉, 황이 지난 해 수령한 금액은 약 2,500만 달러, 우리 돈 324억4천만 원입니다.

황의 성공은 단순히 그가 엔비디아의 CEO라서가 아닙니다. 지금의 엔비디아가 있기까지 그는 매순간 회사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정진했습니다.

한편 황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엔비디아의 성장을 인정받아 올해 최고의 글로벌 CEO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 경쟁사 AMD, 사실은 가족관계?

엔비디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경쟁사 AMD.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AMD

그런데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은 과장을 조금 보태 일종의 '가족 다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젠슨 황이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MD의 리사 수 CEO가 자신과 먼 친척 관계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대만 매체 차이나 데일리 뉴스는 대만 출신인 리사 수의 어머니가 황과 사촌 사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리사 수 AMD CEO (왼쪽부터)

비하인드 인물열전 다음 편에서는 AMD의 리사 수 CEO의 스토리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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