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가는 29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동시에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가해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쟁 발발 뒤 단일 공습 규모로는 최대로 평가되는 이날 공습에 서방은 러시아를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이 계속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 오데사, 드니프로 등지에 러시아의 포격이 가해지며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하루에만 러시아 미사일 122발과 무인기(드론) 36대가 발사된 것으로 파악했다.
AFP, AP 통신 등 외신은 최소 1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지역별로 사망자 집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상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미콜라 올라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텔레그램 글에서 이번 공습이 러시아가 작년 2월 침공한 이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앞선 최대 규모 공습은 러시아가 미사일 96발을 발사했던 2022년 11월이었다.
올해에는 지난 3월 미사일 81발이 발사된 것이 최대였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 가운데 미사일 87발과 드론 27대를 요격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러시아군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을 사용했다. 러시아가 무기고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동원했다"라고 글을 올렸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 창고 건물이 포격으로 붕괴하면서 잔해에 10명이 깔렸다.
방공호로 사용되던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은 미사일을 맞아 붕괴했다.
하르키우에서도 최소 1명이 숨졌으며 병원과 주거용 건물 등이 파손됐다. 오데사에서는 3명, 드니프로에서는 5명이 사망했다.
북부와 남부 등 다수 지역에서는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입어 겨울 추위 속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폴란드와 접경한 지역인 서부 르비우 지역에서도 공습 피해로 건물이 붕괴하면서 1명이 숨졌으며 학교와 유치원 등이 피해를 입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 폴란드에도 공습의 여파가 미쳤다. 폴란드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면에서 미확인 발사체가 날아왔다"며 "밤사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규모 공습이 가해진 것과 연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군은 이 발사체가 국경을 넘어오는 것이 방공시스템에 포착됐으나 얼마 지나 레이더에서 사라졌으며 현재 이를 찾기 위해 수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안보기관 수장들이 참여하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대대적 공습에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2024년에도 이같은 공포로부터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싸우려면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에 "학교, 지하철역, 병원을 겨냥한 비겁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며 "EU는 앞으로 얼마나 오래 걸리든지 우크라이나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푸틴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그 어떤 일에도 멈추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이기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회복력을 약하게 만들려고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테러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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