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패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은 꾸준히 호전되고 있으나, 여전히 10명 중 9명 이상은 부패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의 처벌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은 31일 '정부부문 부패실태조사: 반부패·청렴 인식과 부패 경험, 부패 범죄자 처벌 강화 정책의 딜레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400명과 직장인 600명 등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공부문 부패가 심각하다고 인식한 비율은 45.8%로, 사실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부패 심각성 인식은 2000년 76.6%를 시작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2016년 69.9%에서 2019년 48.1%로 하락했으나 2021년 61.9%로 반등했다.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부패가 보편적이다'라는 인식도 2000년 68.8%에서 꾸준히 내려가 올해 26.8%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집계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도 한국은 6년 연속 순위가 올라 180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한국은 상승추세를 이어가면서 역대 최고점수를 얻었다"며 "높아진 시민의 인식,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가 노력한 결과로 이해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고위직과 뇌물 제공자 등에 대한 처벌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컸다.
93.4%는 고위공직자의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간관리자(87.9%)와 행정 실무자(64.9%)에 대한 처벌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보다 높다.
뇌물 제공자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고 밝힌 비율도 97.1%에 달했다.
부정부패를 저질렀음에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여긴 비율도 69.3%로 집계됐다.
한편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한 행정 분야로는 72.7%(복수응답)가 건축·건설을 꼽았다.
이어 조달·발주(69.0%), 검찰(58.5%), 경찰(49.8%), 국방(48.3%)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심각성이 가장 낮은 분야는 소방(12.7%), 사회복지(24.3%), 보건·의료(29.3%) 등으로 나타났다.
부정부패로 인한 피해 유형으로는 '본인과 조직의 사기 저하'가 46.1%로 가장 많았다.
조사를 진행한 왕영민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연구위원은 "부패 범죄자의 처벌 강화로 어느 정도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형벌이 무거워진다고 관련 범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형벌을 강화하기보다는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신호를 주는 게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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