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위기를 겪으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채 상환 시기가 다가오자 연체율이 높아져 폐업 소상공인도 증가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소득은 정체된 상황에서 소비 부진, 비용 인상과 대출 원리금 상환 어려움이 겹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지갑 안 여는데 원자재·인건비 올라…올해 더 걱정"
서울 양천구 소재 전통시장인 목동깨비시장에서 김치·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11월부터 마이너스라 모아둔 돈을 쪼개 직원 인건비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난방비라도 아껴보려고 작은 난로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분식을 판매하는 50대 정모씨는 "떡볶이 1인분 가격을 500원 정도 올렸는데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 인상률이 훨씬 높아 이윤은 계속 줄고 있다"며 "올해 경기가 더 안 좋다고 하던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에 소상공인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생계형 소상공인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 부담에 버티기 쉽지 않다고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16년째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불경기에는 옷을 안 산다"며 "사더라도 온라인에서 옷을 너무 저가에 파니까 온라인에서 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도 영업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힘들어했다. 그는 "여력이 생길 때 원리금을 갚으면 모를까 수익이 나지 않는데 갚아야 하니 문제"라고 말했다.
◇ "소상공인 금융 부실이 경제 뇌관 될 수도…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금융 부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상환 능력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 연체율이 계속 높아져 올해 가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출 현황과 함께 상환 능력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이러다가 부채 탕감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그러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며 "금융 부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고 폐업 문제와 얽히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고성장은 어렵고 저금리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며 "중소기업은 올해 험난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노 연구위원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다"며 "단기 땜질식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어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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