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난달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 비용을 회계장부에 언제 반영할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해 4분기 비용으로 털고 가자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되면 '어닝 쇼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2조7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증가하며 또 다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최근 변수가 하나 등장했는데, 은행권이 얼마 전 발표한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입니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별로 약 3000억원 안팎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회계상 작년 4분기와 올해 1·2분기 중 언제 반영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널뛸 수 있습니다.
은행마다 다르게 회계 처리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현재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회계기준원 등 유관기관이 TF를 꾸려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융권에선 상생금융의 세부 내용에 따라 비용 인식 시점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먼저 1조6000억원 규모의 공통프로그램은 지난해 4분기에 회계 처리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캐시백을 제외한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을 골자로 하는 자율프로그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비용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 : 은행 내부적으로 프로그램을 완전히 세팅해서 ‘얼마 정도 소요된다’ 이렇게 완전히 결정했으면 올해(2023년) 안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면 2024년 중 처리하는 게 맞겠죠.]
절대적인 규모 자체는 공통 프로그램이 크다 보니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4대 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 기업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배당 축소 가능성을 두곤 증권가 의견이 분분합니다.
“실적 둔화로 배당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지만, “순이익이 줄어들더라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높인다면 배당 규모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정욱 / 하나증권 연구원 : 아무래도 (배당에) 영향이 없다고 보긴 어렵죠. 근데 순이익에 따라서 무조건 배당이 결정되는 건 아니잖아요. 금융당국이랑 협의해가지고 '배당만큼은 조금 전향적으로 생각해 달라' 이렇게 하면 또 (배당성향이) 올라갈 수도 있는 거니까…]
지난해 ‘관치 금융’ 비판의 중심에 서 있던 상생금융의 여파는 결국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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