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금융권이 부동산 PF 위기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금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입니다.
우량기업에만 돈이 몰리고 부실기업이 도매급으로 취급당하면 연쇄부실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말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이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시장 안정화 비상장치 마련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공포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는 채권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채권의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를 보면 AAA처럼 신용도가 높은 초우량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는 하락한 반면 A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그만큼 신용도가 높은 우량 채권에만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뜻입니다.
실제 최근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G유플러스처럼 AA 이상 우량 기업들만 흥행을 거뒀습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거나 부동산 PF 위기에 취약한 업종으로 분류되는 건설채는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시장참가자들은 도급사업 비중이 높은 태영건설과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을 투자에 유의할 채권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때처럼 채권 시장 투자심리가 우량채로만 몰리는 극단적 양극화가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성종 / NH투자증권 연구원: (신용등급) 상위 등급이랑 하위 등급간 양극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고요. (AAA나 AA+ 등) 상위 등급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고드리고 있습니다.]
올해 대규모 한전채 만기가 예정된 점도 양극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35조 원대였던 한전채 만기 규모는 올해 56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전이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또 다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 태영건설 사태가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오랜 기간 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습니다.
이미 1년 가까이 태영건설과 관련한 잡음이 시장에서 불거졌고,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에 투자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부동산 PF 위기가 다른 건설사로 확산하지 않으면 채권시장이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결국 미분양 해소와 분양시장 정상화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라는 분석과 함께 부실채권을 기피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영상편집: 김민영, CG: 홍기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