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1조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월 8천억 원 규모 회사채와 7월 2조6천억 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데 이어 다시 한번 회사채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겁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 재원과 배당 재원을 마련하려는 의도란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신 기자, LG화학이 회사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요?
<기자>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LG화학은 1조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LG화학 사정을 잘 아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부펀드 등의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의도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기존에 발행된 회사채의 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10년 사이 발행된 회사채 중 약 1조 원 가까이(8,700억 원)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차례로 만기가 돌아옵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앵커>
시장은 LG화학이 이번에 회사채를 발행하면 어디에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기자>
아직 구체적인 사용처는 알려지진 않았지만, 오는 4월 법인세와 배당금 지급을 위해 사용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하나 있습니다.
LG화학은 지난해 현금배당금으로만 8천억 원 가까이 지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법인세 지출까지 감안하면 1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올해를 포함해 2030년까지 예정된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배당재원 등을 마련하려면 추가 현금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인데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해 10조 원의 투자비가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반면 실적은 최근 부진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천억 원 초반대로 시장 예상치(6,933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실적 역시 양극재 판매 가격 하락과 석유화학 부문 시황 부진으로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다음으로 북미 양극재 공장 건설에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쓸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에 북미 최대 규모의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문제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한국보다 천문학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1만 톤을 생산하는 데 미국에선 3천억 원 정도 들어가는데 이는 국내보다 3배 비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회사채 발행은 시장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회사채 시장이 연초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면서요.
<기자>
새해 들어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 발행은 흥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문제로 부동산PF 부실화 우려로 비우량물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어졌지만 등급이 높은 우량 기업의 경우 완판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을 실시한 곳은 이미 10곳에 이릅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2,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1조7천억 원이 몰렸습니다.
태영건설 사태로 크레딧 시장이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지만,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겁니다.
증권 업계는 이 같은 비우량 회사채와 우량 회사채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AA 등급인 LG화학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LG화학은 회사채 성공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8천억 원 모집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는 3조8천억 원어치 주문이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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