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특례상장 후 공모자금 제품 상용화에 사용
거래소·금감원 책임은 없고…주관사에 책임 전가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지금까지 우리 증시에 200개에 가까운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기술과 성장성을 가진 혁신기업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한국거래소가 특례상장을 도입했는데요.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적자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가 하락에 투자자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습니다.
딥테크 기업들에게도 문턱을 낮추며 이른바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이 허용된 상황에서 제2의 신라젠, 제 2의 파두를 막기 위한 제도보완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최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적자 기업임에도 기술성이나 성장성을 가진 기업들을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국내 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주요국들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미국은 상장 후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로, 투자자 보호를 하지 못하면 집단소송에 휘말리게 됩니다.
국내에는 3년 동안 10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상장했지만, 60% 이상의 상장사들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제도 특성상 미래 가치를 통해 기업 몸값을 책정하다보니, 실제 기업가치보다 부풀려지기 쉽고, 상장 시기에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도 더러 있어 상장 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특례 상장 기업들이 상장쯤에 좀 매출 같은 것들을 좀 부풀리는 경향들이 과거에 관찰이 되다 보니까 상장 이후에 수익성이나 아니면 매출 저하가 나타날 개연성이 크거든요."
실제 작년 실적 쇼크로 홍역을 겪은 파두는 상장 당시 기술 평가에서 A와 AA등급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지만, 실제 매출은 상장 당시 예상치의 1/9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파두 뿐 아니라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작년 상장한 씨유박스, 에스바이오메딕스 등 다른 기술특례기업도 3분기 누적 매출이 공모 당시 제시한 목표 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증권업계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잘못 제시된 예상실적에 따른 피해는 투자자만 고스란히 입을 수 있는데다 증권신고서를 승인한 금융감독원과 상장 예비 심사를 한 거래소는 쏙 빠지고 주관 증권사에만 책임을 묻기 때문입니다.
특례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상장주관사는 기업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고,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나 공시의무 위반 행위, 상장 유지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요소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나 처벌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최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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