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가 개봉 한 달이 거의 다된 시점에 누적 관객 수 400만명대에 그쳐 '이순신 3부작' 가운데 최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량'은 개봉 24일째인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약 43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손익분기점인 720만명 돌파는 어려워 보인다.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1천761만명), 팬데믹 여파에도 흥행에 성공한 '한산: 용의 출현'(726만명)을 이은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치고는 실망스러운 부진이다.
'노량' 흥행이 예상보다 저조한 이유로 개봉 초 '서울의 봄'이라는 막강한 경쟁작과 맞붙었다는 점,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부족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개봉 1∼2주 사이에 최대한 관객을 많이 동원해야 입소문에 따른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데, '서울의 봄'의 인기에 밀려 동력을 잃은 것이다.
성탄절 연휴 사흘간 '노량'은 160만여 명을, '서울의 봄'은 116만여 명을 각각 모았다. '서울의 봄'은 당시 이미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시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량'으로서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노량'은 새해 연휴 관객 수가 급격히 감소해 90만여 명에 그쳤다. '서울의 봄'이 이미 누적 관객수가 상당함에도 84만여 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노량'이 '서울의 봄'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바통 터치가 아닌 경쟁 구도가 이뤄지면서 '관객 나눠 먹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 이슈화가 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입소문 효과도 크지 않았다. 일찍이 입소문 효과를 본 '서울의 봄'과 대비된다"고 짚었다.
'노량'의 주 관객층이 중장년 세대라 온라인을 통한 '바이럴 효과'가 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GV 기준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세대는 40대로, 전체 관객의 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관객은 19%로, 50대(23%)보다 적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서울의 봄'의 경우 20·30대 관객이 몰리면서 '분노 챌린지' 같은 온라인 바이럴이 있었다"면서 "젊은 관객을 잡아야 온라인으로 영화가 재밌다는 소문이 잘 퍼져나가는데 '노량'은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노량'의 해상 액션은 스펙터클이 강하고 야간 전투라는 색다른 볼거리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명량', '한산'처럼 게임 단계를 깨나가는 듯한 전략·전술 면에서의 재미는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 왜, 명의 정세를 설명하는 시간이 길고, 이순신 장군 죽음 장면 또한 임팩트가 약했다"면서 "20·30세대에게는 올드하게 다가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초반 1시간이 지루했다는 평이 많은데, 특히 젊은 세대는 그 정도의 지루함도 허용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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