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아픔과 상실감에 고통받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같은 반려동물을 잃게 되며 느끼는 슬픔, 상실감, 괴로움 등의 감정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최근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KM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의 상당수가 복합적인 슬픔, 우울, 불안, 불면 등을 경험하고 있어 정신과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13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했는데, 슬픔 반응 평가(ICG)에서 전체의 55%(76명)가 중등도 기준점인 25점을 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일반적인 사별의 수준을 넘어 지속해서 심리적인 부적응을 초래할 정도라고 연구팀이 설명했다.
우울증 지수(PHQ-9) 검사에서는 52%(72명)가 주요 우울증 판단 기준인 10점을 넘어섰으며, 범불안장애(GAD-7) 검사에서는 40%(55명)가 증등도 판단 기준인 10점 이상을 받았다. 불면증 평가(ISI)에서도 32%(44명)가 기준점(16점) 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의 절반가량이 우울증과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런 심리 상태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지 1년 미만의 사람들(77명)에게 더 뚜렷했다.
이들의 중등도 이상 슬픔 반응과 우울증, 범불안장애, 불면증 비율은 각각 79%, 62%, 48%, 36%로 평균치를 크게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잃은 지 1년이 넘은 60명 중에서도 이런 비율은 각각 25%, 40%, 30%, 27%로 낮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반려동물의 상실을 경험한 개인의 상당수가 정신과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한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아직도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거나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휴가나 장례비 등 사회적 지원도 부족하다"며 "특히 애완동물을 잃은 후 첫 1년 동안에는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매우 필요한 만큼 사회적인 이해의 필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슬프고 힘든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충분히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애도 기간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우울감이 오래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고려해보는 게 좋다. 주변인들의 위로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스스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유골함 등 반려동물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집안에 두거나,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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