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내 재판매 허용 대안 마련...1년간 시범사업 실시 후 제도화
# 사회초년생 A씨는 지난 추석과 생일에 직장 동료들로부터 여러 개의 홍삼 제품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기호에 맞지 않아 제품들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새 제품이라 개인간 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려 했지만, 중고거래 금지 물품이라며 다른 사용자가 신고해 경고 조치를 받게 됐다.
# 다음 달 출산 예정인 B씨는 지인들과 보건소에서 임신 축하 선물로 받은 철분제 중 아직 뜯지도 않은 2세트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살펴보니 소비기한도 넉넉해 개인간 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렸지만 불법이라는 얘길 듣고는 전부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그동안 명절 등에 선물로 받았지만 처치 곤란했던 홍삼, 비타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당근마켓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규제심판부는 16일 회의를 열어 건강기능식품을 소규모로 개인간 재판매 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은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 및 가공한 식품으로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행 건강기능식품 법령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려면 영업 신고를 해야 하고, 개인간 재판매도 신고가 필요한 영업에 해당해 신고 없는 개인간 재판매가 금지됐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간 거래가 활성화하며 재판매 금지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고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규제심판부는 건기식 개인간 재판매 금지 규제 허용을 논의해 왔다. 다만 개인간 재판매 허용시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따라 규제심판부는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개인간 재판매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
규제심판부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영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규정지은 바 있다"며 "현행 규정을 근거로 영업자의 대량 거래가 아닌 개인의 소규모 재판매까지 금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그림자 규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고하지 않은 개인간 재판매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무거운 수준의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상온 보관과 유통이 가능하고 소비기한도 1~3년으로 재판매가 가능한 일반 식품 대비 길게 설정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68%를 차지할 만큼 이미 보편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안전 위해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주요국 모두 개인간 재판매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규제 수준과도 차이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규제심판부의 판단이다.
규제심판부는 식약처에 식품안전과 유통질서가 보장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올해 1분기 내 건강기능식품의 소규모 개인간 재판매를 허용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유사·해외 사례, 특성 등을 고려해 거래횟수, 금액 등 세부 허용 기준을 결정하고 개인간 재판매 허용 기준에 대한 체계적 관리, 무신고 영업 등 일탈 행위를 감시·차단 방안 마련 등도 주문했다.
규제심판부는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시행결과를 분석하고 추가적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제도화할 것"이라며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대광고, 불법 제품 유통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고 단속과 제재를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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