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이 경기 불황 속 역대급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지 매체들은 육체 노동으로도 남 못지 않게 사는 '밑바닥 성공 사례'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펑파이신문은 지난 13일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20대 청년이 배달 기사로 일하며 3년 만에 102만위안(약 1억9천만원)을 번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의 주인공인 천쓰 씨는 올해 26살로 80만 위안(약 1억5천만원)을 빌려 고향인 장시성 푸저우에 음식점을 차렸으나 5개월 만에 손해만 보고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상하이로 가 배달 기사로 일하며 갖은 고생 끝에 '배달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돈을 벌어 빚을 모두 갚았다. 고향에서 집을 장만하느라 받았던 대출금도 대부분 갚아 10만 위안(약 1천860만원)의 대출만 남았다는 사연이다.
그는 "하루 3시간 만 자고 남은 시간은 오직 배달에만 매달려 하루 180∼200건을 처리했다"며 성공의 비결을 밝혔다.
하이바오신문은 지난 15일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일을 해 7년 만에 빚을 갚고 집까지 장만한 30대 셰언쑹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18살 때 산둥성 지난에서 벽돌을 쌓는 미장 일을 배워 2년 만에 자동차를 샀고, 7년 뒤에는 부모 빚을 모두 청산했다. 지난해에는 집까지 장만했다.
그는 "세식구가 매달리면 보름 동안 재료비까지 합쳐 4만위안(약 744만원) 안팎을 벌 수 있다"며 "하루 일당이 2천위안(약 37만원) 정도 돼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말했다.
구파이신문도 올해 21살인 자오모 씨가 가업인 폐품 수집상을 이어받아 한 해 20여만위안(약 4천만원)을 벌며 직장인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이 끝나면 헬스장에 가 복근을 만드는 데 열중한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 친구를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자오모 씨는 "폐품을 수거하는 궂은일이지만, 여자 친구를 사귀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언론 보도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업난에도 당국이 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식으로 청년층의 '링훠취업(靈活就業·정규직이 아닌 자유직 종사)'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중국 당국은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청년들이 풀뿌리 간부를 하거나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하는 농촌 일자리 제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취업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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