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실권주 먼저 던진 증권사...솜방망이 처분 논란

박승완 기자

입력 2024-01-19 16:33  

미래에셋證 위반 수위 낮춰…한투證 이어 '봐주기 논란' 가능성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생긴 실권주를 상장 직후 매도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처분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근거로 제재 강도를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차례에 걸친 유권해석을 통해 증권업계에 법규 준수를 강조했지만 연거푸 처벌 수위를 완화하면서 단속 의지에 의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에 '불건전 인수행위 금지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3,000만 원을 부과했다고 공시했다. 기업공개 주관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상장일 이전 2년 내에 취득한 주식을 상장 30일까지 처분하면 안 되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미래에셋은 지난 2018년 12월 청약 미달로 발생한 뉴트리 실권주 중 4만 1,000주(6억 700만 원)를 상장 당일 처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주관회사로서 주가 안정화 의무 등이 있음에도 단기간 내에 실권주를 처분한 사실에 주목, 명백한 볍령 위반이자 기본적인 질서를 어긴 행위로 봤다.

하지만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주관사의 처분 규모, 이익 여부, 실권주 중 일부만 처분했다는 점을 감안해 위반 수준이나 과태료 금액을 내려야 한다고 본 것.

실제로 지난 11월 증선위 회의에서는 "금융질서를 저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지난번 사안과 비교해 보면 물론 빨리 매도한 것은 있겠지만 규모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서 (위반 수준을 '중대'에서 낮춰) '보통' 정도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9월 한국투자증권이 같은 이유로 제재를 받았는데, 에이비엘바이오 상장 과정에서 실권주 100억 원어치를 상장 3연속 처분한 점이 문제시 됐다.

당시에도 증선위는 위반 동기를 '상'에서 '중'으로, 과태료 부과금액 역시 5천만 원에서 4천만 원으로 수정 의결한 바 있다. 유사한 위반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점과, 본 건 규정에 따른 금지사항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투자업 규정 제4-19조 제5호는 주관사가 IPO 이전에 취득한 비상장사의 주식은 상장 이후 30일 동안 의무보호예수를 설정하도록 규정한다. 실권주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던 상황이었는데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 2017년 10월 유권해석을 통해 "해당 규정은 모든 주식에 적용된다"면서 "상장 후 단기간에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여 주가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원칙 문제와 더불어 지난 결정에서 근거로 든 '유사한 다수 위반 사례'가 3개사인 점도 눈에 띈다. 심지어 이들 증권사들은 30일 내에 실권주를 팔았지만 미래, 한투와는 달리 처분 손실이 난 상태여서 관련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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