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철 지난 규제 때문에 해외 진출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얘긴데, 14년 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기업들의 해외 사업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업계가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위해 의견까지 냈지만, 이를 심의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보툴리눔 톡신, 이른바 '보톡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지속됩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지난 12일 개최된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에서 보톡스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지정 해제 관련한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 등 17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판매 업체의 의견을 취합, 해제를 건의했지만 논의조차 안한 겁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정부가 특별히 지정하는 산업기술을 말합니다.
보톡스는 생물학적 무기로 악용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생산기술은 물론 균주까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업계는 핵심기술 지정으로 보툴리눔 톡신 수출에 부담이 크다며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외 품목 인허가 때마다 심사에 수 개월이 걸린다는 겁니다.
또 핵심기술 지정이 아니더라도 생화학무기법, 테러방지법, 약사법 등 다른 법으로 관리되는 만큼, 규제를 풀어도 엄격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전문가들은 부진한 수출 회복을 위해 기업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이 다수 늘어난 상태이고,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그때와 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그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려면 결국 규제 아닌 규제로 막기보단 해외 지출을 활발히 할 수 있게 여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평균 9% 넘게 성장하며 오는 2032년 23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국내기업들은 한해 4천억원 이상 수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편집 : 김민영, CG : 심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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