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시점과 관련, 3월 대통령 선거 이전일 가능성은 작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대선 전 방북이 가능하냐는 텔레그램 뉴스 채널 '샷'의 질문에 "아니다"라며 "그것은 더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후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3월 말 이전에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는 "아니다. 그런 것은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3월 15∼17일 대선 전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예상을 부인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이 일정에 합의할 때 이 제안(방북 초청)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전 튀르키예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선거 전에도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도 이번 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한 뒤 북한을 방문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
크렘린궁은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시기를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하고 있다면서 확정되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4∼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21일 북한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 시일 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최근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비치면서 푸틴 대통령이 대선 전 전격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크렘린궁이 대선 이후로 방북을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푸틴 대통령은 대선까지는 높은 지지율로 승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하면 집권 기간을 2030년까지 연장하게 된다.
북한은 튀르키예, 벨라루스 등과 비교해 물리적 거리도 멀고 북러 정상회담을 둘러싼 국제적인 관심과 우려가 큰 만큼 더욱 세밀하게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답방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방북이 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3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5월 취임한 지 약 2개월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4월 방북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중에도 국민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뒤, 이 작전을 지지하고 있는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월에는 북한 최대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가까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9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북한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도 동방경제포럼 직후 열렸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면 북러의 군사, 우주기술,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대립 구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기 거래 의혹을 받고 있어 양측 군사 관계 강화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CBS 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떠한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