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새로운 대표 선출을 앞둔 KT&G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최장수 사장을 지낸 백복인 사장은 용퇴를 결정했지만, 사내 우호 지분을 통한 지배력 행사가 이어질 것이란 지적입니다.
김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KT&G가 운영하는 두 공익 법인.
교육 소외계층을 대상으로는 장학 사업을, 저소득 계층에게는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두 재단의 이사장은 각각 백복인 KT&G 사장과 민영진 전 KT&G 사장입니다.
KT&G는 지난 2001년부터 이러한 재단과 기금 등에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무상 증여해왔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사내 우호 지분이 11%(총 의결권 기준)에 달한다는 게 행동주의펀드 FCP 측 주장입니다.
[이상현 /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대표 : 이미 경영진이 최대 주주 지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 재단을 다 합치면 11%의 지분인데요. 국민연금보다 훨씬 큰 아주 명확한 최대 주주입니다. 이렇게 무상으로 기부된 자사주를 바탕으로 주총 때마다 경영진을 지지하는… 알고 보면 경영진이 경영진을 스스로를 지지하는 그런 순환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실제 재단과 기금에 넘어간 약 1,085만 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7.9%에 달하는데, 이는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6.93%), 국민연금공단(6.31%)보다도 많습니다.
회사 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사주 일부를 출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공익재단 이사장을 전현직 사장이 맡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이제 셀프 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4연임을 포기한 백복인 사장이 장학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장학재단 이사장직은 임기가 남아있고, 임기 이후에는 KT&G 장학재단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합니다.
백 사장이 이사장직에 대해서는 사퇴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앞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영진 전 KT&G 사장이 2015년 중도 퇴임 이후 2018년부터 KT&G복지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심을 키우는 배경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사장 선정 주체인 KT&G의 사외이사진에 관해 호화 출장 논란, 전문성 결여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새로운 사장 선출까지는 험로가 예상됩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김민영, CG: 심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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