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주식 저가 매각' 혐의 벗었다...1심서 무죄

김예원 기자

입력 2024-02-02 14:58   수정 2024-02-02 15:06

재판부 "원칙적 방법 따라 주식가액 산정"
"주식 저가 양도로 증여세 회피 납득 어려워"
허영인 회장 "억울함 풀어준 재판부에 경의"
증여세 회피를 위한 계열사 주식 저가 양도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주식 가액을 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허 회장 등이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매도하면서, 밀다원의 미래 잠재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곡물 가공업 특성상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기 어렵고, 미래 가치를 주식 가치에 반영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중대한 문제점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SPC그룹이 일반적인 비상장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과거 3년간의 순손익을 기준으로 원칙적인 주식 가치 평가 방법을 채택한 것일 뿐, 그 평가 방법 자체가 부당하다거나 실무 담당자들이 회계법인의 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주식을 저가로 양도한 것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회피 목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을 그 자체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구조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고 구조에 따라 얻게 될 이익을 증여로 의제한다는 것"이라며 "거래 자체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그 지배구조를 해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주식 양도에서 양도가액이 어떻게 정해지는 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주식을 저가 양도한 것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허 회장은 주식매매 당시 사실상 파리크라상 주식을 전부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입을 손실을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다 입게 되는 결과로 귀결된다"며 "반면 저가거래 상대방인 삼립은 오히려 소액주주 지분이 있어 밀다원 주식 가치를 낮게 측정하더라도 허 회장 일가가 그로 인한 이익을 온전하게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검사가 제시한 적정 가격으로 양도가액을 정했다면, 허 회장 입장에서는 이득이었을 것이므로 저가에 거래할 경제적 유인도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SPC의 경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특성상 증여세가 부과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는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도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당시에 새롭게 도입된 제도에 따라 대응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 주식의 양도가액을 얼마로 할지는 별다른 관심과 저가로 해야한다는 인식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판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샤니는 58억1천만 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천만 원의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7천만 원의 이득을 봤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검찰은 2012년 1월 법 개정으로 지배주주에게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로 보고 과세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신설됨에 따라 회장 일가에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서 이런 행위를 했다고 보고 허 회장 등을 기소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SPC그룹은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SPC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사업을 통해서도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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